전 남편을 살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재판에서 ‘계획범죄’가 아닌 전남편의 성폭행을 피하려다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항변했다.
고씨는 30일 오후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정봉기)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에서 자신이 쓴 8쪽 분량의 의견진술서를 낭독해 입장을 직접 밝혔다. 이전 재판과 마찬가지로 머리를 풀어헤친 고씨는 10여분간 의견진술서를 읽었다. 고씨는 간간이 울먹이기도 했다.
고씨는 “저녁을 먹은 뒤 아이가 수박을 달라고 했고 칼로 자르려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제 가슴과 허리를 만지기 시작했다”면서 다급하게 부엌으로 몸을 피했지만 전 남편이 칼을 들고 쫓아왔다고 진술했다.
고씨는 “(전남편이) ‘네가 감히 재혼을 해! 혼자만 행복할 수 있냐’면서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몸싸움 과정에서) 칼이 손에 잡혔으며 눈을 감고 그 사람을 찔렀다. 현관까지 실랑이를 벌였고 그 사람이 힘이 많이 빠진 듯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또 “아이를 재우고 나서 밤새 피를 닦았다. 한 순간에 성폭행과 죽음이라는 순간을 겪게 돼 제정신이 아니었다. 미친짓이었고 반성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면서도 “제가 저지르지 않은 죄로 처벌받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방청석에서는 고씨를 향해 야유와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고씨는 지난 16일 열린 3차 공판에서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재판부는 “내용이 그동안 변호인이 주장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나중에 최후 변론할 때 해도 될 듯 하다”며 거부 입장을 보이다가 결국 변호인이 아닌 본인이 의견서를 수기로 작성하는 조건으로 직접 말할 기회를 주기로 결정지었다.
고씨는 지난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전남편의 강한 성욕으로 사건이 일어나게 됐고 자택 컴퓨터를 이용해 ‘뼈 강도’ ‘뼈의 무게’ ‘니코틴 치사량’ ‘졸피뎀’등을 검색한 것도 범행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우발적 범행임을 줄곧 주장해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