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돈을 찍어 예산을 충당하는 한국은행이 수년간 1%대 초저금리로 직원들에게 주택 자금을 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대한민국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빌미로 기획재정부의 방만 경영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나타냈다.
1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수원병)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간 직원들에게 연 1.5~1.9% 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줬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금리라고 볼 수 있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와 비교할 때 1.5%p 가량 낮다. 한국은행 직원이 사내 대출로 5000만원을 대출받는다면 일반 서민들이 시중 은행에서 주택 자금 대출을 받는 경우보다 연 약 75만원의 이자 부담을 덜게 되는 셈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한국은행이 2015년 직원들에게 적용한 1.8%는 시중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인 3.03%보다 1.23%p 낮으며, 2016년 1.5%를 적용하면 시중 금리 2.91%보다 1.41%p 낮다. 2017년에 한국은행은 2016년과 같이 1.5% 이율로 주택 자금을 직원들에게 대출해 주었으며 이는 그 해 3.27%인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보다 무려 1.77%p 낮다. 지난해에는 1.9%로 대출을 해 주었고 3.39%인 시중 금리보다 1.49%p 낮았으며 올해는 1.7% 이율을 직원들에게 적용해 2.47%인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보다 0.77%p 낮게 대출을 해 주었다. 최근 5년 내내 1%대 이율을 유지해 온 것이다.
중앙은행의 직원 대상 1%대 주택 자금 대출은 0.01%p라도 이자를 낮추기 위해 이 은행 저 은행을 전전하며 창구 문을 두드리는 일반 서민들의 눈에는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 발권력과 독립성을 이용해 자기 직원들에게는 특혜를 제공하고 방만하게 경영을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불러오는 것.
기획재정부의 ‘방만경영 정상화계획 운용 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주택자금, 생활안정자금을 예산으로 융자하는 경우에 대출 이자율은 시중금리 수준을 감안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공공기관이 아닌 무자본 특수법인이라는 독립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이를 빌미로 기획재정부의 방만 경영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1%대 주택 자금 대출 이율은 시중 금융권에서 찾기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에서도 찾기 어려운 수치인 것이다.
김영진 의원은 “발권력을 통해 예산을 만드는 한국은행이 사내복지기금도 아닌 예산을 재원으로 삼아 시중금리의 절반 수준에 불가한 낮은 금리로 직원들에게 주택 자금을 융자하는 것은 서민들의 박탈감을 가중시키는 특혜 행위로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공공기관이 아닌 무자본 특수법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은행의 예산이 자의적으로 배정되고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면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해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반 시중은행의 지원 정도를 감안해 금리가 결정된 것으로 설명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위법성 없이 정해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금리가 결정됐다”며 “일반 시중은행도 직원복지를 위해 이 정도 금리의 주택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