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미등록 이주 노동자 단속과정에서 사망자가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해 경기도 김포에서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미얀마 국적 노동자가 7m 아래로 추락해 숨진 지 1년여 만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3시15분 경남 김해시 생림면 한 업체 인근 야산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 대상이던 A씨(태국·29)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사업장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야산 부근 폐가 주변에서 반듯하게 누운 채 발견됐다.
같은날 법무부 부산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 사업장에서 불법 체류자를 단속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사증면세(B-1)로 입국해 지난해 11월21일 체류기간 만료 상태였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인권단체에서는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국립과학수사원은 A씨가 강한 외부력에 의한 내부 장기파열(간파열)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결과를 내놨다. 갈비뼈도 손상돼 있어 장기 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부산출입국, 외국인청은 추격이나 신체적 접촉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정확한 사인 규명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민단체 ‘이주민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는 지난 27일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이미 심정지상태였다고 한다. 정확한 사망원인에 대한 경찰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죽음으로 몰아가는 과잉 단속행위를 중단하고 진상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에도 미등록 이주 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해 8월 경기도 김포 한 건설현장에서는 미얀마 국적 노동자 딴저테이씨(25)가 단속반을 피하다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 당일 점심식사를 하던 그는 법무부 단속반원에 쫓겨 도주하다 7.5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뇌사상태로 치료를 받다 끝내 숨졌다. 사고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해 4명의 한국인이 딴저테이씨 장기를 기증받았다.
지난 2017년에는 울산에서 단속과정 중 이집트 이주노동자가 6m 아래 펜스로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80명에 이른다.
과잉진압 비판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사고에 대해 단속반을 징계하는 데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딴저테이씨 사망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인 뒤 지난 2월 “사고 위험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은 단속반에 책임이 있다”면서 조사과 책임자를 징계하고 적법절차 위반 재발방지 대책 수립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관계자를 징계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앞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사상자 80명이 발생한 사고 중에서도 법무부가 단속반을 징계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가 나서서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정책 폐기 및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가 상반기 정부합동단속 결과를 발표하면서 ‘서민의 대표적인 일자리 잠식 분야인 건설업종 단속에 집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면서 “이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편견을 조장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