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1일 우리은행 및 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기혐의에 따른 ‘검찰 고발’이나 ‘수사 의뢰’에 나서지 않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피해자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위법성이 발견될 경우 수사의뢰에 나서겠다고 발언했으나 이날 발표 현장에서 그러한 내용은 제외됐다.
◆은행 DLF판매 문제 많다=금감원은 이날 우리·하나 은행, IBK·NH·하나금투 증권, 유경·KB·교보·메리츠·HDC 자산운영사에 대한 ‘DLF 상품 설계·제조·판매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의 검사결과를 보면 두 은행의 판매서류만을 전수 점검한 결과 불완전판매 의심사례가 20%에 달했다.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투자자 성향분석을 조작했으며, 무자격자 판매와 고령투자자 보호 절차를 위반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여기에 DLF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부 목소리를 무시하고, 고위험 상품 판매에 앞서 거쳐야 할 상품선정위원회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객을 끌어 들이기 위한 4%대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상품의 손실률을 의도적으로 높인 정황도 드러났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이를 두고 “검사 결과, DLF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투자자 보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해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평가했다.
금감원은 이에 우리·하나 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에 나서는 한편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조속한 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날 금감원이 밝힌 향후 처리방향을 보면 검찰에 대한 수사의뢰나 고발, 수사자료 전달 등 사법적 처리를 위한 내용은 모두 빠졌다. DLF사태를 불완전판매로만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기혐의로 검찰 수사 필요=금감원의 발표를 접한 DLF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즉각 실망감을 드러냈다.
DLF 피해대책위원회의 한 피해자는 “금감원의 발표 내용을 보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면서도 “핵심사항인 검찰 고발 내용이 빠져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범위한 서류조작으로 피해가 다수 발생했는데 이를 단순히 불완전판매로만 보는 금감원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검사결과 발표전 금감원장과의 면담에서 검찰에 수사도 의뢰하겠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날 발표에서 그러한 내용은 찾아 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검사결과를 보면 은행들이 고객을 기망해 이득을 얻기 위한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됐는데도 사법 당국에 사기 혐의로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증권사에 고위험 상품 설계를 의뢰하고, 안전자산 선호고객을 타겟으로 삼아 원금 손실이 거의 없는 고수익 상품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자료와 광고 메세지를 배포해 고객을 철저히 기망했다는 주장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리 하락이 진행되는 가운데 은행이 고객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4%대 수익을 유지하면서 손실배수를 250배에서 333배로 확대한 것은 명백히 고객을 기망한 것”이라며 “이는 은행이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고객을 속인 것으로 사기의 요건인 고의성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금감원 차원에서 검찰 고발이나 수사 의뢰는 필요하지 않다고 본 것. 금감원 관계자는 “시민단체에서 두 은행을 상대로 고발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감원은 분쟁조정을 하는 기관이지 사기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오로지 사법당국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당국의 협조 요청이 오면 협조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