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태풍으로 인한 기상악화에도 곡예비행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자왔다. 특히 승객의 목숨을 담보로 한 무리한 비행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구을) 의원은 2일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제주항공 측이 기상악화로 인해 착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승객 172명의 목숨을 담보로 태풍 속 곡예비행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22일 김포공항에서 제주항공 7C2654편의 기장 교체 및 재출항이 결정된 오전 7시50분부터 김해공항 상공에서 재회항 결정이 내려진 오전 11시2분까지, 김해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던 총 27편의 항공기 중 제때 도착한 비행기는 고작 1편에 불과했다.
나머지 26편은 취소(7건)되거나, 인천공항 또는 김포공항으로 회항(15건), 연착(4건)됐다. 당시 김해공항에는 오전 7시50분경 윈드시어 경보가 내려졌고, 곧바로 강풍경보까지 발효된 상태였다.
박재호 의원은 “비록 항공사 차원에서 재출항 결정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최소한 교체된 기장은 이륙하기 전까지 김해공항 기상이나 도착 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크했을 것”이라며 “착륙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알았을 텐데, 그럼에도 재운항을 왜 강행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항공기 문을 닫고(오전 9시10분), 이륙해서 김포공항으로 재회항하기까지의 상황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 시간대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12편의 항공기가 모두 물러섰지만, 유독 제주항공 7C2654편에게 포기란 없었다는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오전 10시32분경 기상악화로 착륙을 단념하고 재차 상승할 수밖에 없는 복행(Go-Around)를 경험하고도, 두 차례나 착륙을 시도(오전 10시48분, 오전 10시55분)했고 결국 실패로 끝이 나서야 김포공항으로 재회항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2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장관을 상대로 “당시 김포공항으로 회항하기 직전에 한 번, 김해공항으로 재운항하면서 두 번, 총 세 번이나 기체가 좌우 위아래로 격렬하게 떨리면서, 구토를 하거나 스마트폰 영상으로 유언을 남긴 승객까지 있었다는데, 제주항공 측의 재운항 판단이 적절했다고 보느냐”며 “무리하게 운항한 경위와 이유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박 의원은 기상상황에 따라 운항 및 재운항을 제한하거나, 2회 이상 착륙시도를 금지하는 방안 등 관련 제도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