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새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는 1300년대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건국된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1980년대 작품인 KBS1 ‘개국’을 시작으로,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KBS1 ‘용의 눈물’, 웰메이드로 호평받은 KBS1 ‘정도전’, SBS ‘육룡이 나르샤’ 등 인기리에 방영됐던 사극들과 시기가 겹친다. 일견 새로움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 같은 조선 건국을 ‘나의 나라’는 어떻게 다룰까.
작품을 연출한 김진원 PD는 ‘사람’에 주목했다. 역사의 중심에 선 사람이 아닌, 그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읽었다. 김 감독은 2일 오후 서울 언주로 임피리얼팰리스서울호텔에서 열린 ‘나의 나라’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 ‘모래시계’ 관련 자료를 살펴보다가 ‘역사는 모래알 같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글을 봤다. 그게 우리 작품의 시작점”이라면서 “나라가 고려인지 조선인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람들의 시선에서 (역사를) 본다는 게 기존 사극과의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김 PD가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는 장수의 아들이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휘(양세종)와 서얼로 인한 한계에 갈등하는 남선호(우도환), 그리고 기생의 딸 한희재(김설현). 권력의 중심에선 빗겨 났지만, 힘을 기르려는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들이다. 이들에겐 자신의 삶, 가족, 생계가 곧 대의이고 명분이다.
서휘와 남선호는 한때 친구였으나, 조선 건국을 두고 대립하게 된다. 동갑내기인데다가 데뷔 시기도 비슷해 일찍부터 유망주로 함께 주목받았던 양세종과 우도환이 이 둘을 연기한다. 우도환은 “촬영 초반 감독님이 ‘두 배우가 언제 같은 작품을 또 할 수 있겠냐’는 말씀을 해주신 게 크게 와닿았다”며 “우리 둘이시너지를 내면 재밌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로 밤낮없이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2 ‘오렌지 마말레이드’ 이후 4년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김설현은 “부담이 있었지만, 잘 해내겠다는 책임감으로 승화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와 비슷하기도 하고, 닮고 싶은 면이 많아” 한희재를 택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겪었던 한희재는 강한 힘을 손에 넣어 소중한 이들을 지키려는 인물로, 총명하고 뱃심이 두둑한 성격이다.
배우 장혁과 김영철은 이방원과 이성계로 각각 분했다. 장혁은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도 이방원을 연기한 바 있는데, ‘나의 나라’ 속 이방원이 흥미를 불러온다며 작품에 합류하기로 했다. 김영철은 옥좌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핏줄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 이성계의 숙명을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줄 전망이다. 이 외에도 남선호의 아버지 남전 역의 안내상, 이화루 행수 서설 역의 장영남, 신덕왕후 강씨 역의 박예진 등 중견 연기자들이 ‘나의 나라’와 함께 한다.
김PD는 “‘나의 나라’의 킬링 포인트는 좋은 배우들의 훌륭한 호흡”이라면서 “제작비가 많이 들어 더 좋은 성적이 나와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 그렇게 되게끔 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다. 우리가 시청자의 마음과 생각을 얼마나 건드렸느냐에 결과가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의 나라’는 오는 4일부터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0시50분 방송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