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서초동에서는 2주 연속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검찰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더 강도높은 개혁안을 요구했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5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와 대검찰청 사이 반포대로에서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경찰은 이날 88개 중대 5000여명을 배치했고 주최 측은 지난주 신고인원인 8000명보다 10배 이상 많은 10만명을 신고했다.
검찰청 주변은 물론 서초역 사거리 일대까지 가득 메운 인파는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언론 개혁”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정치검찰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이날 촛불집회에 300만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윤 총장은 공개 소환 폐지를 일선 검찰청에 지시하는 등 속도감 있게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집회에 나온 시민들의 의견은 달랐다.
서울 강서구 주민 강대일(65)씨는 “검찰의 ‘셀프 개혁안’ 내용을 보면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제 시행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 든다”면서 “지난주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까 떠밀리듯 개혁안을 내놓은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개혁안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주부 박선일(59)씨는 “문 대통령이 지시하니까 따르는 ‘시늉’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검찰은 우리나라에서 워낙 막대한 권한을 갖고있다”면서 “검찰이 내놓은 개혁안 수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등 국회에서 계류된 사법기관 개혁 법안들부터 먼저 통과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친구와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곽모(25·여)씨 역시 “검찰 개혁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니까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개혁안을 내놓은 느낌”이라며 “조 장관에 대한 수사를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하는 배경에는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한 의도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제시한 개혁안의 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도 화성에 거주하는 장흥옥(40대)씨는 “지금 남은 특수부까지도 줄이는 등 더 강경한 대책이 필요하다. 검찰이 수사권, 기소권 모두 독점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공수처도 반드시 설치해야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 지금 검찰은 그야말로 아무도 견제할 수 없는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인천 부평구 주민 김진수(22)씨는 “대통령이 지시해서 마지못해 내놓는 개혁안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검찰 내부에서 스스로 개혁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휴일을 반납하고 나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검찰의 자구적 개혁안 마련을 지시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일 관련 방안을 내놨다. 구체적 내용은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 전국 검찰청 특수부 폐지 △ ‘외부기관 파견검사’ 전원 복귀 후 형사부와 공판부 투입 △검사장 전용 차량 이용 중단 조치 등이다. 또 4일 대검찰청은 후속 조치 일환으로 공개 소환을 폐지하라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도 검찰 개혁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자체개혁안에 대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대통령의 지시에 부응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검찰이 어떻게 민주적 통제를 받을지 등에 대한 내용이 없는 등 근본적이고 철저한 검찰개혁 의지를 읽기는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대한 고민도 빠져 있는 등 구체적 내용도 부족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검찰권 행사방식, 수사관행, 조직문화 개선 방안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수미, 정진용 기자 min@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