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절반의 완성…35일 만에 사퇴한 조국

검찰 개혁 절반의 완성…35일 만에 사퇴한 조국

기사승인 2019-10-14 15:49:43

조국(54) 법무부 장관이 취임 35일 만에 스스로 사퇴했다. 조 장관은 14일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 검찰 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 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가족과 관련된 논란을 언급했다. 조 장관은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께 참으로 송구하였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을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면서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했다.

△ 文대통령 지명에 “서해맹산 정신” 각오 밝힌 조국

지난 8월9일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 조 장관을 지명했다. 조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서해맹산’ (誓海盟山∙바다와 산에 맹세와 다짐을 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한시 구절)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시 조 장관 기용은 파격적 인사로 평가됐다. 윤석열(59) 검찰총장 기용과 함께 검찰 개혁을 매듭짓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조 장관은 지명된 직후부터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진보 성향 법학자이자 비검찰 출신인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자 야당에서는 “오만과 독선의 내로남불 인사”라고 강력 반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조국 임명은 야당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딸 특혜 의혹·사모펀드·웅동학원 논란까지…촛불 든 대학생들

인사청문회가 열리기까지 과정도 험난했다. 같은달 14일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20여 일간 조 장관을 둘러싼 온갖 의혹이 제기됐다. 조 장관 딸 조모(28)씨의 고교 시절 논문 1저자 등재 의혹, 대학원 장학금 수령, 조씨가 모친 정경심(57) 교수가 근무하는 동양대학교에서 총장 명의 표창장을 받아 의전원 입시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진 표창장 위조 의혹 등이 일었다.

조 후보자 배우자와 자녀들이 10억5000만원을 투자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사모펀드 의혹, 조 후보자 가족들이 운영해 온 학교법인 웅동학원을 둘러싸고 일가의 재산 확보 수단으로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 장관은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같은달 23일 입장문을 내고 “가족 사모펀드 전액을 기부하고 가족 모두가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 1000여명은 조국 사퇴를 촉구하는 1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 법무부도 청와대도 몰랐던 조국 관련 의혹 압수수색

검찰은 빠르게 움직였다. 검찰은 같은달 27일 조 장관 딸 조씨의 논문 1저자 등재 의혹, 대학원 입시 장학금 수령 의혹과 관련해 단국대, 고려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부산의료원장실 등을 동시 다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 장관 본인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서도 사모펀드 본사, 웅동학원 재단을 압수수색했다. 청와대와 법무부도 압수수색을 사전에 몰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당에서는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한 수사가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 압수수색이 이례적이고 급속하게 대규모로 이뤄졌다. 시기 자체가 조 후보자 검찰개혁 방안 발표 바로 다음날 이뤄졌다”면서 “혹시나 검찰 내부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거부의 의사표시가 담겨있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조 장관의 대국민 기자간담회 다음날인 지난달 3일, 검찰은 정 교수가 근무하는 동양대, 서울대 의대, 딸이 중고등학교 시절 봉사활동한 한국국제협력단을 대상으로 2차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 사상 초유 11시간 걸친 국회 대국민 기자회견

지난달 2일 조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애초 여야는 같은 날부터 이틀간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으나 조 장관 가족 증인 채택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인사청문회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밤을 새워서라도 모든 질문을 받고 모든 답변을 드리겠다”며 사상 초유의 ‘대국민 직접 소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 장관은 11시간에 걸친 기자간담회에서 딸이 장학금을 수령한 경위에 대해서는 “모른다” 사모펀드 등 재산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아내가 재산관리를 해서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야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조 장관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같은달 23일 검찰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조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법무부 현직 수장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 당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압수수색은 1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검찰은 조 장관 자택에서 PC 하드디스크와 업무 관련 기록 등을 확보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위해 출국한 지 하루 만에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을 두고 윤 총장이 승부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통상 자택 수색은 2~3시간이 소요되는데 지나친 ‘과잉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윤 총장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달 25일 조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고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발언했다. 

△ 검찰 개혁안 발표 3시간 만에 “모든 것 내려놓고 고통스러운 시간 보내는 가족 곁 있겠다”

서초동에서는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광화문에서는 보수 단체들이 ‘조국 규탄 집회’가 열리며 여론이 양분되는 동안 조 장관은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조 장관은 지난 8일 취임 한 달을 맞아 피고인, 피의자 등의 출석 조사 최소화, 피의사실 공표 금지 강화, 8시간 이상 장시간 조사 금지 등의 방안이 담긴 검찰 개혁안을 발표했다. 검찰 특별수사부(특수부)를 반부패수사부로 바꾸고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기관에만 최소한도로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조 장관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국민의 뜻을 새기며 ‘다음은 없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1차 개혁안을 발표한지 6일만인 이날 조 장관은 서울 중앙지검, 대구지검, 광주지검 3개 청에만 특수부를 남기고 특수부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의 2차 검찰 개혁안을 직접 발표했다. “저는 검찰개혁의 도약대가 되겠다. 이번 만큼은 저를 딛고 검찰 개혁이 확실히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끝까지 지켜봐달라”던 조 장관은 3시간만에 사퇴 입장문을 냈다. 조 장관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 부인 정 교수는 이날 오전 5번째 비공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오는 18일에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첫 공판 준비기일을 앞두고 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박효상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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