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없던 축구 경기… 평양 원정, 앙금만 남겼다

이 세상에 없던 축구 경기… 평양 원정, 앙금만 남겼다

이 세상에 없던 축구 경기… 평양 원정, 앙금만 남겼다

기사승인 2019-10-17 10:22:47

이 세상에 없던 축구경기였다. 29년 만의 평양원정이 앙금만 남기고 마무리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은 지난 15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 북한과 0-0으로 비겼다. 승점 3점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축구팬들로부터 아쉬운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선수들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평양 원정은 시작부터 우려를 자아냈다. 

북한 측은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을 금했고, 방송 중계 역시 허락하지 않았다. 평양으로 이동할 때도 항공이나 육로가 아니라 베이징을 경유해 이틀에 걸쳐 들어가야 했다. 

평양에 입성해서도 벤투호의 고난은 계속됐다.

호텔 문 앞에도 나가지 못했고, 외부인들도 들어오지 못했다. 호텔 안에 선수단만 있었다. 고려호텔의 직원들은 불친절했다. 전자기기 및 인터넷도 사용이 불가했다. 심지어 선수들의 식사를 위해 챙긴 고기, 해산물 등 식자재 3박스를 압수당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선수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렸다.

킥오프 당일에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김일성 경기장에 단 한 명의 관중도 없었다. 듬성듬성 인민군만 자리를 지켰다. 북한 관계자는 무관중에 대해 “오기 싫어서 오지 않았겠느냐”며 툭 던지듯 말했을 뿐, 이에 대해 구체적인 정황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경기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북한 선수들은 매우 거칠었다. 벤투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이 부상 걱정을 했을 정도였다. 평소 말을 아끼는 손흥민도 평양 원정에 대한 당혹감을 드러냈다. 그는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이 수확이었다. 경기가 거칠었다.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게, 거칠게 반응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욕설까지 들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축구에 집중하기보다는 최대한 다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해보지 않았던 경기장이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부상 위험이 많았다”고 상황을 되짚었다.

경기 도중 북한 선수에게 가격당한 황인범은 “지지 않은 것에만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다음에 우리 홈에서 하는 날이 올 텐데 그때 꼭 우리가 가서 느낀 것을 경기장에서 되갚아 줘야 할 것 같다”고 설욕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번 평양 원정이 향후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 구상을 언급했다. 지난달에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 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다. 이밖에도 최근까지 숱한 행사에서 남북 공동 올림픽 개최에 대한 열망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국민들 사이에서 ‘북한과 함께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느냐’는 비판론과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공동 개최가 이뤄지더라도 북한이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면 결국은 ‘북한 퍼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정치권도 기다렸다는 듯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짝사랑’을 비판하고 나섰다. 바른 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북한이) 남북 스포츠에서조차 문재인 정부와는 절대로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보여준 것”이라며 “이런 북한과 남북 여자 월드컵을 같이 하자, 남북 올림픽을 같이 하자고 하면 세계가 비웃는다. 북한이 거부한 거다”라고 지적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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