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금까지 이런 여가부 국감은 없었다

[기자수첩] 지금까지 이런 여가부 국감은 없었다

기사승인 2019-10-25 00:01:00

“최악의 국감.”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의 일갈이다.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여성가족부를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이 말에 공감한 사람은 비단 기자 뿐만은 아닐 터다. 이날 이정옥 장관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을 꼽자면 “여가부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에 공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각 정부 부처 중 여가부는 단연 예산이나 인력 등에 있어 사실상 소외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디지털 성범죄’만 해도 소관부처는 여가부여도 실제 단속이나 처벌, 법 제정 등은 국회, 경찰청, 법무부, 과기정통부의 몫이었다. 여가부가 책임을 지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대응하라 질책해도 앞선 부처들의 협력이 없으면 무얼 하려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다.

그렇다고 해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감장의 모 의원이 질책한 것처럼 그런 것 하라고 장관을 시킨 것이다. 부처의 수장이라면 역할다운 역할을 해야 한다. 방어적인 자세뿐이라면 그게 무슨 장관인가. 

또한 국회 여러 상임위가 존재하고 각 당의 입장차는 상임위원으로 활동할 시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그로부터 자유로운 상임위도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도 그 중 하나다. 소속 위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여성 문제에 있어 협력과 공조, 예산 통과, 법안 처리 등의 협력이 비교적 잘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다년간 여가위원으로 활동하는 국회의원도 적지 않음을 고려하면, 여가위에는 일정한 공감대가 존재한다. 그것은 여성문제에 대해 여가부가 좀 더 힘을 쏟아야 하고, 부처 간 장벽을 깰 수 있도록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공감대이다. 때문에 이날 국감에서 이 장관을 향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와 질책은 바로 이러한 의지의 부재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여가부 장관은 이번이 세 번째다. 국회의원 출신 장관도 임명되었지만, 여가부의 낮은 지위를 제고할 만한 방안을 도출해내지는 못했다. 잦은 장관 교체는 일관된 정책 및 사업 추진에 있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이정옥 장관의 경우, 임명 두 달여 만에 국감에 임했기 때문에 업무 파악에 한계가 있었으리란 짐작은 되었지만, ‘애티튜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질의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정해진 질의시간에 말 끌기와 동문서답으로 시간을 허비토록 하는 이 장관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여야 의원들은 “의지가 없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이 장관은 “답변 시간이 질의 시간에 포함되지 않느냐”고 반문해 여가위원들이 황당해 하자 “의원님들의 답변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발언으로 다시 한 번 현장의 모든 이들을 당황케 했다. 

여기에 김희경 차관의 윤지오씨 기부 논란과 관련, 이 장관의 답변은 차관과도 엇갈리며 위증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이쯤 되면 국감 참사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하의 여가부 3명 장관의 인사청문회와 국감 모두를 지켜보았지만, 이번처럼 엉망진창인 경우는 보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장관의 답변 시간이 되면 아슬아슬한 기분마저 들었다. 사색이 돼 동분서주하는 공무원들은 무슨 잘못이며, 현장을 방문한 시민들의 눈에 여가부가 과연 어떻게 비쳤을까.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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