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페요? 잘 모르겠는데...”
3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 ‘2019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 개막 하루를 앞두고, 한창 오프닝 거리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기자가 행사를 물끄러미 지켜보던 한 시민에게 “코세페를 아시나” 물으니 ”코세페라는 회사서 지금 행사를 하는 것 아닌가, 잘 모른다“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자가 몇 번 설명을 해주니 그제서야 ”좋은 행사네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코세페’가 벌써 4회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아직도 바닥인 모양새다. 사실상 2015년 진행했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까지 셈한다면 5회째다. 기자는 이날 오전 11시 행사 시작 전부터 20대의 군인부터 50대의 중년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의 시민들에 말을 걸어 봤으나 ‘코세페’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행사 역시 개그맨 강호동의 인기만 실감했을 뿐, 딱히 ‘코세페’에 관심을 두고 지켜본 이는 찾기 어려웠다. 이날 행사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연화 코세페 추진위원장, 홍보모델 강호동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며 시작했다. 성 장관이 올리브영 명동본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어 이들은 직접 거리를 돌며 시민들에게 홍보물을 배부했다.
홍보물을 보고 있던 한 시민에 말을 걸자 “최근 각종 세일 행사가 넘쳐나 뭐가 뭔지 분간조차 어렵다”고 답했다. 이 시민은 “코세페는 일반 백화점서 하는 행사와 또 다른 것인가”라며 “지금 인터넷만 들어가도 이벤트와 할인을 이유로 행사가 많은데, 딱히 살 것은 없고 볼 때마다 피로감을 느낀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실제로 다음달 1일~2일 사이 대다수의 유통 기업들은 대대적인 쇼핑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신세계의 ‘쓱데이’, 롯데의 '롯데 블랙 페스타', 현대백화점 그룹의 '코리아 현대 페스타' 등 이커머스를 제외한 오프라인만 해도 수두룩하다. 현재 이들 기업은 ‘코세페’를 내세우기 보다 자체 브랜드 행사 홍보에 치중하고 있다.
올해 ‘코세페’는 처음으로 민간 주도로 진행된다. 관(官)을 배제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것. 유통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코세페의 복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코세페’의 색깔은 더 옅어지게 됐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신세계 롯데의 ‘가을세일’은 익숙해도 ‘코세페’는 낯설다. 코세페의 인지도가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코세페는 2015년 10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벤치마킹해 출발했다. 당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침체된 내수를 살리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할인율도 미미할뿐더러 품목도 단조로워 매년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올해 역시 경품이나 사은품 이벤트만 늘리는 수준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명동 코앞의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한 중년 부부도 ‘코세페’는 모른다고 했다. 바로 앞에서 ‘오프닝 행사가 있었다’고 설명하자 “들어보지 못했다. 지금 물건을 팔고 있는 것이냐”라고 되묻는다. 이어 '코세페는 다음 달부터 진행하는 국민적 할인 행사’라고 재차 설명하자 “이미 웬만한 건 지난 세일 때 다 구입했다”라고 웃는다. ‘코세페’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웃음이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