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백화점과 입점업체가 함께 세일(가격 할인행사)를 진행할 경우, 세일로 발생한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 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이하 특약매입 지침)을 31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비용분담과 관련한 내용은 우여곡절 끝에 내년 1월부터 적용한다.
새 지침은 지난 30일자로 '일몰 시한'이 도래해 폐지된 기존 지침의 일부를 보완한 것이다.
2014년 7월 처음 만들어진 기존 지침은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의 '특약매입'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대형유통업체가 판매촉진 비용(이하 판촉비)을 입점업체들에 부당하게 떠넘기지 못하게 막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특약매입은 대형유통업체가 입점업체로부터 상품을 외상으로 사들여 판매한 뒤 판매수수료를 뺀 상품대금을 입점업체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새 지침은 기존과 달리 세일 등 '가격할인 행사'에도 판촉비 분담 원칙을 적용하라고 명시했다.
공정위는 판결과 심결 사례 등을 근거로 가격할인분도 법상 '판촉비'에 포함된다고 보고, 세일을 진행할 때 가격할인분 등 판촉비의 절반 이상을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가 부담하게 했다.
다만 대형유통업체의 요청 없이 입점업체 스스로 재고 처리 등의 필요 때문에 스스로 할인행사 시행 여부나 내용을 결정했다면, 대규모 유통업법상 '자발성' 원칙에 따라 백화점은 비용을 조금 내거나 아예 내지 않을 수 있다.
아울러 새 지침은 세일시 발생하는 입점업체의 비용(가격 할인분 등)을 제대로 분담하려면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가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율을 충분히 낮춰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백화점과 입점업체가 세일을 진행하면서 정상 판매가격이 1만원, 정상 수수료율이 30%인 상품을 8천원의 가격으로 판다면, 다른 판촉비가 없을 경우 판매수수료율도 25%까지 낮아져야 '적법'하다는 구체적 사례가 지침에 포함됐다.
이번 새 지침은 31일부터 시행되지만, 가격할인분도 판촉비로 간주하는 부분이나 판매수수료율 조정 필요성 등 옛 지침과 비교해 보완된 부분은 유통업계의 의견을 반영, 2개월의 여유를 두고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