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범행 시간대에 펜션 주인과 밝은 목소리로 전화 통화한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4일 제주지법 형사 2부 진행으로 열린 재판에서는 고씨가 전 남편 강모(37)씨를 살해한 장소인 제주도 펜션의 주인과 주고받은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범행 시간대로 추정되는 지난 5월25일 오후 8시10분~9시50분 사이 펜션 주인은 고씨에게 3차례 전화를 했다. 펜션 이용 방법 등 안내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고씨는 살인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고도의 평정심을 유지한 목소리였고 간간이 웃음을 터트리는 등 시종일관 밝은 목소리였다.
고씨는 범행 직후인 오후 10시50분 그의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아들이 펜션 주인에게 걸려온 전화를 고씨에게 바꿔주자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통화 시점이 고씨가 살해한 전남편을 욕실로 옮긴 뒤 흔적을 지우고 있던 때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성폭행 당할 뻔했다던 피고인이 이렇게 태연하게 통화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고씨가 “엄마(가) 물감 놀이를 하고 왔어”라고 말하는 것이 펜션 주인과의 통화에 남은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범행을 ‘물감 놀이’로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씨가 범행 일주일 전에 펜션 주인과의 통화에서 “사장님 (펜션은) 저희 가족만 쓸 수 있는 것이죠? 주인분이나 사장님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아니지요?”라고 물은 내용도 공개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현장 혈흔 분석 결과 고씨가 피해자를 최소 15차례 이상 찌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남편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고씨 주장과는 달리 함께 카레를 먹었다는 아이의 진술도 확인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당일 “고유정 저녁 식사로 삼촌(자신의 친아버지를 삼촌이라고 부름)과 자신은 카레라이스를 먹었지만 엄마(고유정)는 먹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카레라이스는 고씨가 수면제 졸피뎀을 넣은 음식으로 추정된다.
고씨는 지난 5월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 사건과 별개로 의붓아들 A(5)군을 살해한 혐의도 있다.
고씨의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18일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