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2학년도 부터 대학 입시에서 정시 모집을 확대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정시 확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14일 2020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진행됐다. 이날 시험장 앞에는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학부모와 응원단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수능 고사장 앞에서 만난 학부모와 응원단 등은 정시 확대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수험생 아들을 배웅하기 위해 경복고를 찾은 오은영(50·여)씨는 “논란이 많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수시보다는 정시가 더 공정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교육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정시확대 정책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교육은 늘 팽창해왔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에 거주하는 학부모 임애선(51·여)씨도 “정시가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시는 ‘비리’를 잡아내기 힘들다”며 “아이들이 방황하다가도 1, 2년 마음먹고 공부하면 정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가능하지만 수시는 3년 내내 신경 써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응원단으로 이화외고를 찾은 배화여자고등학교 2학년 성치연(17)양은 “정시가 확대되면 내신을 잘 못 본 학생에게도 기회가 돌아올 것”이라며 “수시보다 좀 더 공정한 대입 전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시 확대가 옳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인해 급하게 방향을 정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A고 교사는 “정시를 확대하게 되면 학교 수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긴다. 내신과 수능을 다 같이 가져갈 수 없다”며 “정시 확대가 대입 공정성 확보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학부모 양모(43·여)씨도 “정시가 확대되면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와 서울 강남 8학군 학교에 다니는 학생만 유리하다.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불리할 것 같다”며 “정시 확대로 이득을 보는 것은 사교육 시장뿐”이라고 내다봤다.
교육 정책이 일관돼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인천에 거주하는 학부모 조석호(49)씨는 “교육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었다”며 “현행 학종 위주의 수시도 문제가 있지만 정시도 사교육 확대라는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생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일관된 교육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시 확대 논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입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대입 공정성을 제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정시 확대를 포함한 대입 개선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 발언 이후 정치권에서도 발맞추어 정시 비중 확대를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정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호응했다. 자유한국당은 ‘정시 50% 확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법안을 발의했다.
문 대통령 시행 연설 직전까지 ‘정시 확대는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교육부는 ‘패싱’ 논란에 휩싸였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문 대통령의 ‘정시 비중’ 확대 주문은 학종 공정성 강화 맥락에서 나왔다고 해명했다. 또한 모든 대학의 정시 비중을 높이는 게 아니라 학종 비중이 높은 서울 일부 대학에 한정된 주문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당분간 조국발(發) 정시확대 혼란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소연, 정진용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박태현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