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직장을 옮긴 김윤정(29‧여)씨는 얼마 전 있었던 회식 자리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느라 바쁘다. 소주에 삼겹살을 곁들이는 ‘부어라 마셔라’ 식의 회식이 아닌, 특급호텔 뷔페에서 요리와 와인을 즐기는 ‘파티’ 콘셉트였기 때문. 김씨는 “이전 직장에선 음주 부담도 많고, 고압적 분위기에 마음이 불편했다”면서 “지금은 자유로운 회식 분위기에 여러모로 전보다 훨씬 생산적인 것 같다”라고 호평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회식 트렌드도 바꾸고 있다.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도 자신의 취향과 가치,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소맥’에 삼겹살로 대변되던 회식이 연극·영화를 보는 '문화 회식', 마사지 등을 받는 '힐링 회식', 볼링·골프 등을 즐기는 '레포츠 회식'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호텔의 문턱도 낮아지면서, ‘호텔 파티 회식’ 역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실제로 회식 빈도를 줄이는 대신 호텔 등에서의 식사를 원하는 직장인들은 늘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의 콘티넨탈은 지난 10월 기준, 주중 저녁회식 등 비즈니스 미팅 목적의 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량 급증했다. 특히 와인 판매량의 증가세가 크게 두드러졌다. 서울신라호텔 관계자는 “과거 상견례와 비즈니즈 목적 예약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 회식을 위한 단체예약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몰고온 '新회식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호텔 측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회식 빈도를 줄이더라도, 한번 할 때 제대로 하자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라며 "인당 3만~5만원에 진행되던 회식을 줄이면 10만원 대의 호텔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젊은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회식 장소로 주목 받고 있다”라고 풀이했다.
최근 한 취업포털이 20, 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가운데 7명은 회식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다만 응답자의 87%는 술자리 중심의 회식보다 ‘이색 회식’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직장인들이 회식을 무작정 싫어하는 건 아니라는 것. 이들은 과도한 음주와 늦어지는 귀가 시간을 회식을 기피하는 이유로 꼽았다. 이에 따라 저녁 대신 점심에 회식을 진행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식음업장의 매출이 중요한 호텔업계의 입장에서 이 같은 트렌드의 변화는 큰 호재다. 서울 광화문, 강남, 여의도, 마포 등지에 위치한 주요 호텔들은 이들에 방문에 따른 매출 상승을 기대 중이다.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뷔페 레스토랑 '브래서리'는 올해 점심 단체 예약이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특히 주말 단체 예약은 가족모임 고객들이 대부분이지만, 주중 점심은 일반 회사뿐 아니라 서비스 직종의 단체 회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점심에 회식을 하는 직장인 고객들이 늘면서 단체 이용객이 전년 대비 주중 예약이 약 20% 이상 증가했다”면서 “주중 저녁의 경우도, 주류가 아닌 요리 위주의 짧은 회식을 즐기려는 고객들이 늘며 단체 회식 비중이 증가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은 위한 주류, 픽업 등 다양한 서비스도 많아지면서 젊은 직장인뿐 아니라 4050 중장년층의 반응도 좋다”라고 소개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