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키오스크), 안 쓸 수 없을걸요.”
20일 점심께 서울역 인근의 한 분식집.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천국’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10평 남짓 한 홀에는 키오스크(무인 주문기) 계산이 한창이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능숙하게 키오스크를 다루며 주문을 진행했다. ‘곱빼기’ 같은 사장 인심도 옵션으로 선택이 가능했다. 매장 사장은 “설치비로 500만원 정도가 들었고, 유지비는 따로 들지 않는다”면서 “인건비라도 줄여보려고, 두 달 전 기기를 사들였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인근의 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2대의 키오스크가 부지런히 손님들을 받고 있었다. 중장년층 고객들도 거리낌 없이 키오스크로 다가갔다. 한 50대 여성은 “딱히 사용이 어렵지 않다”면서 “메뉴도 잘 보이고, 오히려 (키오스크가) 더 편하다”라고 평했다. 사실상 이날 ‘대면계산’은 거의 목격할 수 없었다. 매장 직원은 “점심때는 거의 키오스크 계산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체감상 키오스크 계산이 대면계산보다 많은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무인화’가 빠르게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적어도 계산만큼은 키오스크·셀프계산대 등의 기기가 사람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 중이다. 특히 키오스크의 확장세가 무섭다. KFC, 맥도날드, 등 햄버거 체인점에서 시작해 커피 프랜차이즈로 옮겨붙더니, 이젠 일반 식당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유통업계에서는 매장 내 키오스크 활용이 2017년만 하더라도 도입 단계에 불과했지만, 최근 2년 새 급격히 증가했다고 평가한다.
다수의 자영업자들은 키오스크 도입의 큰 이유로 ‘비용절감’을 꼽는다. 경기 침체에 매출은 갈수록 줄어들지만, 인건비, 재료비, 임대료, 배달료 등의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는 탓이다. 무인기기로 인건비라도 줄이려는 궁여지책인 셈. 앞서 분식집에서 만난 사장 역시 “키오스크가 적어도 아르바이트생의 절반 몫은 해낸다”면서 “현재 7:3 정도로 키오스크 계산 비율이 더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어 주문도 가능해 외국 손님이 왔을때도 편리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형마트의 무인계산대도 이런 궤를 같이 한다. 표면상으론 '소비자 편의 확대'라는 이유지만, 추후 인건비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의도도 다분히 깔려있다. 현재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대형마트 3사’는 온라인 쇼핑 트렌드로 인해 매출이 반토막 나는 등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다. 있던 매장들도 줄이는 마당에 지속적으로 증가할 인건비가 반가울 리는 없다. 현재 전국에 대형마트 3사가 운영하는 무인 계산대만 1000대가 훌쩍 넘은 상황이다.
이에 무인계산대 확대는 현재 마트 노동자와 사측 간의 민감한 문제기도 하다. 마트업계는 대량 실직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추후 직원들의 반발로 ‘타다’ 논란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마트노조는 무인계산대 확대 중지와 일반 계산대 정상운영을 주장하며 시위까지 벌인 바 있다. 다만, 현실은 급변하고 있다. 비대면 소비를 원하는 ‘언택트족’이 늘고, 스마트 결제 기술의 발달은 더 빨라지고 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이마트 용산역점의 무인계산대도 사람들로 붐볐다. 초창기만 해도 불편하다는 의견이 주였지만, 이젠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소량 구입 손님뿐 아니라, 일반 주부들도 자연스럽게 무인계산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 만난 차미례(47) 씨는 “딱히 계산대 줄이 길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계산을 하고 있다”면서 “횟수를 세보진 않았지만, 최근 카페나 마트에서 (대면계산보다) 무인기기를 통해 계산을 한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