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양국 기업이 조성하는 기금에 국민 성금을 더하는 ‘1+1+국민성금’ 공식에 대해 “백지 철회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2015 한일 합의보다 훨씬 후퇴한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이사장은 “무엇보다도 그 화해치유재단 잔여금을 포함시키겠다는 발상은 2015 한일 합의 이후 벌어졌던 한국 내 상처들, 갈등들을 다시 재현하는 것과 마가지라는 입장”이라며 “한국 대법원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가만히 있는데 피해국에서 법안을 만들어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이 돈을 내고, 더군다나 국민들에게 자발적 모금을 해서 이 문제를 역시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에 왜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것인가. 역사에 굉장히 크나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현실적인 안’이 아니냐는 사회자 질문에 윤 이사장은 “이 문제는 가해자가 풀지 않고는 절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무엇보다도 그 법안이 독일의 선진 사례를 본받아 만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독일은 피해국이 아니다. 독일은 가해국이고 가해국이 법안을 만들어 가해국의 기업이 돈을 내고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본 방침은 반성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승적 차원에서 ‘문희상안’을 찬성하는 피해자들이 있다는 반박에 윤 이사장은 “결국은 우리가 과거에 걸었던 전철과 똑같다. 위로금을 받고 싶어하는 피해자와 끝까지 거부했던 할머니들이 있었다. 그 사이에 상처와 갈등이 굉장히 심각했다”면서 “그게 10년도 넘어서 겨우겨우 통합되고 이렇게 걸어온 게 지난 28년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문희상안’은 결국 피해자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윤 이사장은 “한국 정부가 역사 문제와 경제, 안보를 모두 하나로 묶은 일본 정부의 전략에 끌려가고 있다”면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 문제를 이렇게 경제 문제, 안보 문제 거래 수단으로 삼거나 도구화하면 역사적으로 책임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 의장은 이달 초 도쿄 와세다 대학교 특강에서 ‘1+1+국민성금’을 공식 제안했다. 기금에는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립됐다가 해산된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재원 60억원도 투입하자고 했다.
문 의장은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미 집행력이 생긴 피해자들과 향후 예상되는 같은 내용의 판결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가 지급된다면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이 대위변제된 것으로 간주된다”면서 “배상받은 사람들에 대해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오랜 논란이 종결되는 근거를 담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문 의장은 같은날 강연에서 “양국 국민의 눈높이에 못 미쳐 모두에게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누군가는 제안하고 말해야 하고 이 또한 나의 책무”라고 부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