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흑석사 소유 국보급 유물 26년째 타향살이…“제자리로 돌려야”

영주 흑석사 소유 국보급 유물 26년째 타향살이…“제자리로 돌려야”

기사승인 2019-12-04 11:54:54

수십년째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경북 영주 흑석사 소유의 국보 문화재를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93년 국보 제282호로 지정된 ‘영주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및 복장유물(榮州 黑石寺 木造阿彌陀如來 坐像 및 腹藏遺物)’ 중 ‘아미타삼존불조성보권문’, ‘불조삼경’, ‘칠보류’, ‘사리’ 등을 총망라한 흑석사 소유의 ‘복장유물’이 26년째 타 지역에 위탁 관리돼 보관 중이기 때문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영주 흑석사 등에 따르면 지난 1992년 개금불사(改金佛事) 작업 과정에서 대웅전에 봉안돼 있던 목조아미타불상 몸체 안에서 전적류, 직물류, 기타 복장물 등 40건, 총 81점의 유물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조선 초기 불교 조각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가치가 높다며 지난 1993년 이들 복장유물을 국보 제282호로 지정했다.

하지만 보관 공간 부족 및 관리상의 문제로 당시 불상만 흑석사에 두고 나머지 복장유물은 지난 2002년까지 온양민속박물관에 위탁을 맡겨 관리토록 했다.

그러다가 온양민속박물관의 경영상 문제가 생기면서 복장유물은 2002년 3월 국립대구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진 뒤 현재까지 이곳에서 보관 중이다. 26년째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대구박물관 수장고에 있는 유물들은 박물관 전시회 등 행사가 있을 때 다른 전시품들과 함께 1년에 한 두 차례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영주 흑석사에서 발견된 국보급 유물들이 다른 지역에서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주 지역민들 사이에서 “원(原) 출토지인 흑석사에서 보관하며 국민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합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의 소중한 문화재를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문화재적 가치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영주시민은 “영주에서 발견된 소중한 문화재를 정작 영주시민들은 구경조차 하지 못한 채 다른 지역을 떠돌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국보급 문화재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영주시가 나서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보급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 유지, 항온 및 항습 설비 등을 갖춘 박물관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영주지역에서는 복장유물을 제대로 보관·전시할 수 있는 ‘성보 유물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복장유물을 지역의 다른 문화유산과 함께 전시하고, 다양한 불교문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관광자원화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흑석사 관계자는 “지역의 역사를 담은 문화재는 제 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며 “유물관 건립 등을 통해 하루빨리 복장유물을 지역에 되돌릴 수 있도록 영주시가 지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유물관 건립 등에 필요한 예산 마련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주=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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