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많은 연말, 항문 질환 주의

술자리 많은 연말, 항문 질환 주의

항문서 피나고 아프면 의심해야

기사승인 2019-12-14 04:00:00


연말연시에는 송년회 등 술자리가 잇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연이은 술자리는 항문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항문주위에 불편감과 통증이 느껴지면서 피까지 묻어났다면 방치해선 안 된다. 일상을 괴롭히는 항문질환의 치료 및 관리법을 짚어봤다.

◇치핵, 치열, 치루...차이점은 무엇?

치질은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넓게는 항문 질환 전체를 의미하고, 좁은 의미로는 항문 질환 중 ‘치핵’을 의미하는데, 대부분 두 가지를 혼용해 사용한다. 주요 항문 질환은 치핵, 치열, 치루로 구분한다.

치핵은 항문 주변의 혈관과 결합 조직이 덩어리를 이루어 돌출되거나 출혈이 되는 현상이다. 항문관에 존재하는 ‘정맥총’에 혈액이 차면 정맥에 피가 차는 ‘울혈’이 된다. 울혈은 항문관의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부푸는 것을 말한다. 울혈은 출혈을 일으키기 쉽고, 지속적으로 생기면 점막이 늘어져 항문관 점막이 돌출된다.

서울의대 외과 허승철 교수는 “치핵의 울혈은 반복적인 항문관의 압력 상승 때문에 발생한다. 변비를 앓는 사람이 아랫배에 반복적으로 힘을 줄 때, 배변 시 화장실에서 장시간 신문이나 스마트폰을 보며 반복해서 항문관의 압력을 상승시킬 때, 만성 피로에 노출되었을 때, 간경화로 인해 직장의 혈액이 간문맥으로 잘 순환 되지 않을 때, 임신 후기에 자궁의 태아가 정맥을 눌러 혈액순환이 안 될 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열은 항문관의 상피가 세로 방향으로 찢어지면서 통증과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급성 치열과 만성 치열로 나뉜다. 급성 치열은 대부분 수술 없이 좋아지지만 만성 치열은 대개 수술을 해야 한다. 치열은 변비로 인해 배변이 어려울 때, 통증으로 배변 시 항문의 이완이 잘 안 될 때, 잦은 설사 등으로 항문관이 긴장해 이완이 잘 안 될 때, 항문소양증으로 항문에 인위적인 열상이 발생했을 때 생길 수 있다. 

치루는 항문관에서 항문 주위 피부로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작은 통로인 누관을 만드는 것이다. 피부 밑에서 작은 농양을 반복적으로 만들어 통증과 농양 배출을 일으킨다. 대부분 통증이 심하지 않고 종기가 난 것처럼 곧 터져 배농이 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치루를 오래 방치하면 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피나고 아프면 의심해야 

항문 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은 출혈, 항문 통증, 항문 불편감 등이다. 치핵은 주로 초기에 출혈을 일으킨다. 배변 후 피가 떨어져서 변기 물이 빨갛게 변하거나, 뒤처리를 하는 휴지에 피가 묻는 것을 볼 수 있다.

허 교수는 “30대 직장인이 연속되는 연말 회식에서 음주를 하고 늦게 귀가하는 동안 아침 배변 후 항문에서 피가 났다면 내치핵 출혈일 수 있다. 고령자라면 배변 시가 아니라도 길을 걷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속옷에 피를 적시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비데 압력을 너무 높게 하여 사용하면 상처 입은 항문관 피부를 자극하여 통증이 악화될 수 있다. 치핵이 진행되면 늘어난 점막이 배변 시 돌출된다. 돌출한 점막은 항문에 끼어서 통증과 불편감을 주고, 속옷에 점액이 묻으며, 배변 후 출혈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치열도 치핵과 마찬가지로 출혈을 일으키고 특히 배변 시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배변 후 비데를 사용하거나 휴지로 뒤처리를 할 때 찢어진 항문 때문에 통증을 느낀다. 

◇항문 질환, 직장암일수도...의심되면 진단 필수

출혈, 통증 등 항문 질환 증상이 처음 나타나면 반드시 대장항문과를 찾아 전문의에게 진료 받아야 한다. 항문질환 증상은 직장암 증상과 구별이 어렵기 때문에 이상 증후가 나타나면 바로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치핵이나 치열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좌욕, 휴식, 식이섬유 섭취 등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한다. 증상이 지속되고 호전되지 않으면 비수술적 치료 방법을 바꾸거나 식생활 습관을 바꾸는 순서로 치료를 진행한다. 이후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치루는 발견하면 바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보존적 치료로 치유할 수 없고, 장기간 방치하여 반복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면 암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허승철 교수는 “내원하는 많은 환자가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만 치료법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한 후 결정해야 하고, 방치하거나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항문 질환은 생활습관 개선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원인을 파악한 후에는 치료에 있어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 적정량의 섬유질 섭취,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스마트폰 보지 않기, 배변 후 온수 좌욕, 규칙적인 배변, 전문의 진찰과 진단 없이 항문 연고 남용하지 않기 등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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