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가격이 내년에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폭락한 상황이지만, 내년에 재배면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출하를 못한 감자가 창고마다 가득 쌓여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감자 ‘상품’ 20kg의 도매가는 2만2800원으로 1년 전 가격인 4만7800원에서 52.3% 폭락했다. 평년가격인 3만4787원과 비교해도 34.5% 저렴하다. 올해 감자 농사가 급증한데다, 작황까지 좋았기 때문이다.
올해 가을 감자 생산량은 평년 대비 36.9% 급등했고, 고랭지 감자 역시 재배 면적 확대와 작황 호조로 전년 대비 생산량이 52.1% 뛰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고랭지감자 생산량은 13만9676t으로 작년보다 52.1% 늘었다. 올해 생산량은 2005년 15만4229t 이후 14년 만에 최대다. 재배 면적 역시 3844㏊로 1년 전보다 11.0% 증가했다. 10a당 생산량도 3634㎏으로 37.0% 늘었다.
이에 올해 전체 감자 물량은 67만6110t으로 평년 54만8783t과 비교했을 때 약23%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입감자도 감자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10월까지 감자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한 13만4785t으로 조사됐다.
업계 역시 감자 공급량 증가로 당분간 감자 가격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고랭지감자의 저장물량이 워낙 많은데다, 기존에 저장됐던 봄 감자도 풀리고 있어 가격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내년 재배면적이 더 늘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농업관측본부가 감자표본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전국의 시설 봄 감자 재배의향면적은 전년 대비 7.2%·평년 대비 77.2% 증가한 2621㏊로 조사됐다.
농가에서는 가격이 오를 때까지 출하를 미루는 추세지만,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쌓아두고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품 가치는 더 떨어지게 된다.
최근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한 방송을 통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못난이 감자’ 30t을 매입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마트는 지난 13일부터 못난이 감자를 900g당 780원에 판매했다.
다만 일회성 해결책이라는 지적과 함께 못난이 감자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풀릴 경우 정상품 가격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수요 예측에 따른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잉 생산된 물량해소를 위해 소비촉진 등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면서 “현 추세라면 양파와 같이 산지폐기를 결정하는 농가도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