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내가 끝이라고 선택하는 그 순간이 끝이다

[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내가 끝이라고 선택하는 그 순간이 끝이다

기사승인 2020-01-03 14:22:09

대전문화연대가 주관하는 땅끝마을까지 가기 프로젝트의 마지막 코스인 해남을 가기 위해 우리는 서대전 발 목포 행 새벽 기차를 탔다. 다시 목포에서 시외버스를 탈 예정이다. 난 지난 해 많은 일을 해냈다. 특히 나 자신과의 약속들을 습관으로 정착시켰다. 아침 글쓰기, 위생을 위한 매일 몸을 잘 씻기, 감사일기 쓰기, 라면, 커피 믹스 그리고 소주 안 먹기 등등. 그러나 와인을 너무 마신 것은 후회한다.

체력이 옛날 같지 않다. 그래도 살아있음이 대단하지 않은가! 밤기차는 잘 달린다. 끝은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내가 끝이라고 선택하는 그 순간이 끝이다. 다시 60살로 되돌아간다. 이 '땅끝 마을'부터 인생의 제2의 봄을 준비할 생각이다. 어제 공유할 계획인데, 노트북을 가져가지 못해 오늘 아침에 포스팅한다. 내가 새벽 기차를 탔던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할 것인가』의 저자는 제롬 자르(Jerome Jarre)를 만나면, 그에게서 '영혼'이 느껴진다고 했다. 나도 다른 이들에게 내 '영혼'이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질문하며 그의 말을 좀 자세하게 들어 보았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때가 바로 '실패하는 순간'이라고 한다. 실패는 우리를 환상에서 깨어나게 해준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타인의 눈에는 실패할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성공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회성 성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공'이다. 그러려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스타일은 일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에 뒷받침되는 라이프 스타일이 필요하다. 오늘 만난 제롬은 식사를 하기 전에 꼭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가 정의한 성공은 '자연이 창조한 모든 존재의 신성한 빛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와인 컨설턴트와 와인 선생으로 내 밥 벌이를 하기 때문에 와인을 접할 기회가 아주 많다. 오늘부터는 나도 와인을 마시기 전에 기도를 할 예정이다. 빛으로 익은 포도가 만들어 낸 와인에게서 빛을 받을 때마다 이 빛이 우리를 평화로 이끈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제롬의 말에서 얻은 아이디어이다. 그는 인간은 모두 작은 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인류 모두가 작은 신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는 날이 곧 세상에 평화가 찾아 드는 날일 것이라고 그는 믿고 행동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모두 똑같으며, 우주라는 더 큰 존재의 일부이다. 그의 말을 들어본다. "언젠부터인가 사람들은 자기 내면에 잠들어 있는 힘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그래서 자신에게 필요한 힘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힘을 빼앗아 와야 한다고 여긴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성공보다 실패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진정한 성공에는 우선순위가 필요한 게 아니다. '조화'가 필요하다."

예컨대,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다. 모든 건 자기 내면에 달렸다. 진정한 자신을 찾고 스스로를 신뢰하면 답을 알게 된다. 마음이 머리보다 더 힘이 세다. 우리 대부분은 그 고유한 임무에 몰입하기 보다는, 타인이 좋아할 만한 일, 타인이 내게 하는 일을 훔쳐보며 따라 한다. 우리는 초중고 심지어는 대학교육을 통해, 저마다의 소질을 탐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탐구하기 보다는, 자신이 우연히 접하게 된 일에 매달리며 소일한다. 그런 일엔 신명이 있을 리가 없다. 타인의 말이나 의견에 중요하며, 그것에 삶의 해답이 담겨져 있다고 세뇌 당해 왔다. 자신의 심연을 들여 다 보고, 내면의 소리를 들으러 하지 않는다. 독창성과 창의성의 시작은 자기관찰과 자기 존경과 자기 신뢰에 있다.

밤기차/김사인

모두 고개를 옆으로 떨구고 잠들어 있다.

왁자하던 입구 쪽 사내들도
턱 밑에 하나씩 그늘을 달고 묵묵히 건들거린다.
헤친 앞섭 사이로 런닝 목이 풀 죽은 배추잎 같다.

조심히 통로를 지나 승무원 사내는
보는 이 없는 객실에 대고
꾸벅 절하고 간다.

가끔은 이런 식의 영원도 있나 몰라.
다만 흘러가는 길고 긴 여행.

기차는 혼자 깨어서 간다.
얼비치는 불빛들 옆구리에 매달고
낙타처럼

무화과 피는 먼 곳 어디
누군가 하나는 깨어 있을까
기다리고 있을까 이 늙은 기차.

박한표(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겸임교수)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