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F’에서 전국 수석된 대구보건대 김신욱씨의 기적

‘올 F’에서 전국 수석된 대구보건대 김신욱씨의 기적

기사승인 2020-01-06 14:48:08

“‘올 F’를 받았던 제가 전국 수석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수석 합격 전화를 받고 너무 놀랐습니다.”

제47회 임상병리사 국가고시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대구보건대학교 임상병리과 3학년 김신욱(26)씨의 얘기다.

김씨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최근 발표한 이번 시험에서 280점 만점에 278점(99.3점/100점 환산 기준)을 획득, 일반대학교 25개교를 포함한 전국 50개 대학에서 응시한 수험생 3521명 중에서 1등으로 합격했다.

김씨의 대학 생활 시작은 순조롭지 못했다.

성적에 맞춰 입학한 대학 생활은 뚜렷한 목표 의식도 대안도 없었다. 학업에 대한 동기 부여가 부족해 내적 갈등도 심했다.

1학년 1학기를 마친 후 손에 쥔 김씨의 성적표는 올 F. 학사 경고를 받은 뒤 휴학하고 도망치듯 군대에 입대했다.

복학 후에도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랬던 김씨의 전국 수석 비결은 무엇일까?

김씨가 속한 야간반은 현장 임상 경험을 가진 외래 교수의 강의가 많았다.

실무적 현장 중심 강의를 통해 임상병리사와 어릴 적 꿈꾸던 과학자가 비슷하게 느껴지면서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후부터 전공에 대한 동기 부여와 확신 있는 노력을 시작한 출발점이 됐다.

2학년 공부에 집중하면서 성적 장학금을 받은 자신에게 깜짝 놀랐다.

김씨는 임상병리학에 더욱 몰두했다. 혈액학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 부모님을 졸라 중고 현미경도 구입했다.

학교에서 만든 객담도말 표본과 가족·친척들까지 란셋으로 채혈하고 혈액도말 표본 100여개를 만들기도 했다.

김씨는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행복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자신감과 열정을 되찾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전국 수석이 되기까지 학과 교수님들의 격려와 지도, 학생들의 니즈를 반영한 국시 특강과 모의고사가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학과에서 실시한 전공 프로그램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전공에서 필수인 채혈에 대해 심화한 채혈양성반을 수료하고, 지도 교수와 함께 진균에 대한 연구를 이뤄 학술대회에 발표까지 나섰다.

3학년 반 대표를 맡고 전공을 힘들어 하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스터디 국시특별반도 운영했다.

김씨는 어려움에 처한 동료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서 지식을 함께 나누면서 변화하는 동료들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전국 수석의 꿈을 이룬 김씨는 다음 목표에 대해 “결핵균을 검사키 위해 과거 배양 방식으로 2주가 소요됐다면 진화된 PCR(핵산증폭검사)은 4시간 안에 판명되고, 현재 MALDI-TOF(말디토프 질량 분석기)는 300여개 시료와 2500여개 균종 DB를 바탕으로 10분 안에 검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기계문명과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전문적인 임상병리학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보건 임상병리과는 제47회 국가고시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김신욱씨를 포함 이승민(2019년 졸업), 정영숙(2016년 졸업), 이경환(2015년 졸업)씨 등 최근 6년 동안 4명의 전국 수석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와 함께 240명의 재학생이 국가고시에 응시하는 대과임에도 불구하고 93.3%의 합격률을 달성하는 등 보건계 명문 학과로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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