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장애 극복 발레리나’…총선 인재 영입 비주류·스토리 선호

‘탈북자’·‘장애 극복 발레리나’…총선 인재 영입 비주류·스토리 선호

기사승인 2020-01-10 16:38:43

4·15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당은 현재 2차 인재 영입을 발표한 상태다. 이는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논란이 된 박찬주 육군대장을 1차 영입 인재 명단에 올렸다가 철회한 뒤 두 달여 만의 공식 발표다. 민주당은 지난해 26일 1호부터 이번 해 1월 9일 6호까지 총 여섯 명의 인재를 발표했다. 

각 당의 치열한 인재 영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입당한 각 인재들의 과거와 이력들이 눈길을 끈다. 

자유한국당은 2차 인재 영입 발표에서 인권·사회운동을 내세우며 탈북자 인권운동가 지성호씨와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씨를 소개했다. 

지 씨는 현재 북한 인권 단체 ‘나우(NAUH)’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1996년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다 열차에 치여 왼팔과 다리를 마취 없이 절단했다. 이후 목발을 짚고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한국에 도착했다. 

김 코치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테니스부 코치를 2016년 10월 고소 한 바 있다. 그의 행보는 많은 여성 체육인들에게 용기를 줬으며 체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8일 열린 ‘2020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저는 스포츠 여성, 아동의 인권을 지켜주고 싶은 김은희”라며 “체육계 미투 1호인 저만이 할 수 있는 일, 피해자들의 침묵을 대신해 싸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영입 인재 1호는 발표가 되기 전부터 소문이 파다했다.

‘정치 활동 경험이 없는 무명의 20대 남자’일 것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돌았는데, 예상과 다르게 주인공은 마흔 살의 척수 장애를 가진 최혜영 교수였다. 그는 발레리나의 길을 걷던 25살,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교통사고로 사지 마비 척수장애 판정을 받았다.

최 교수는 여성 척수장애인 국내 최초 재활학 박사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3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조금이나마 장애인을 위해서 정책을 만든다면 이 땅의 장애인들이 권리를 잘 보장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선뜻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입당 계기를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영업 인재 2호는 14년 전 시각장애인 어머니와의 이야기로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원종건 씨다. 

방송을 통해 어머니가 각막 기증을 받아 개안 수술을 한 뒤, 그는 각계 후원 의사를 사양하고 폐지 수집으로 복지시설 기부, 청각장애인과 수어 통역사 연결 앱 개발 등 봉사활동과 선행을 펼치며 지내왔다. 

그는 “청년과 함께 아파하는 공감의 정치를 통해, 나이로 따지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심한 관심과 사랑으로 바꾸는 진정한 세대교체를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2일 발표된 세 번째 영입 인재는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의 김병주 전 육군 대장이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김 전 부사령관은 육군 제30기계화보병사단장과 미사일사령관, 육군 제3군단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전 대장은 “정치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더 강한 안보, 더 강한 군대를 키우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보려 한다”며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으로 국회에서부터 공고한 한미 안보동맹의 기반을 다져나가겠다”고 입당 소감을 밝혔다. 

네 번째 영입 인재는 전 대구고검장 소병철 순천대 석좌교수다. 그는 30여 년의 재직 기간 중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범죄예방정책국장 등 주요 직을 두루 거쳤다. 소 전 고검장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이유로 '검찰개혁 완수'를 꼽았다. 

그는 “국민은 지금 검찰개혁을 엄중하게 명령하고 있다, 검찰개혁은 이제 시대의 소명이자 대한민국이 나아갈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기본이 되었다”라며 “저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지금까지 쌓아온 저의 모든 경륜과 역량을 쏟아 붓겠다”라고 약속했다.

다섯 번째 영입 인재는 청년소방관 오영환이다. 그는 중앙 119구조본부 소속 항공대원으로 10여 년간 근무하다가 지난해 12월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에는 <어느 소방관의 기도, 세상이 우리를 잊어도 우리는 영원한 소방관입니다> 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으며. 소방관 국가직화를 위한 광화문 1인 시위에 참석했다. 

오 전 소방관은 정치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국민 생명과 안전에 관해 필요한 법과 제도와 예산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영업 인재는 ‘AI·스타트업’ 전문가인 홍정민 대표다.  

홍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차석으로 졸업한 후 삼성화재에서 4년간 근무했으나 출산 후 육아를 위해 퇴사했다. 이후 독학으로 사법시험을 치러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해 기업자문과 규제연구에 집중하다가 퇴사 후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리걸테크 ‘로스토리 주식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경력단절로 고통받는 수많은 여성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분들이 다시 용기를 갖고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작은 근거라도 만들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인재 영입 행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세 가지 특징을 꼽았다. 

그는 “인재 영입 트렌드로 첫째는 2-30대 청년들을 발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만큼 국회가 늙었다는 뜻이다”라며 “우리나라 국회 의원들의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 연배가 많다. 그리고 청년들이 적다. 그래서 여야가 가능하면 젊은층을 발탁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둘째로 우리 사회 소외계층, 장애인, 경력 단절 여성들 등 그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그러나 절박했던 이들을 발탁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즉 비주류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박 평론가는 마지막으로 “각 인물들에 대한 스토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냥 훌륭한게 아니라 공감을 줄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당의 인재영입에 대해서도 “큰 트렌드는 민주당과 결을 맞추고 있다”고 봤다.  

엄지영 기자 circl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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