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셔가지고 심지어는 마사회가 사회적 합의를 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켜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놀랐습니다. ‘아, 이 분이 정말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 맞는 건지’...”
양정찬 전 지부장(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 경마공원지부)은 CBS 시사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양 전 지부장은 “김낙순 마사회장. 과거에 국회의원 하신 분. 서울시의원도 하셨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마사회장은 좀 다르지 않습니까? 저도 처음에는 이 분이 오셔서 뭔가 과거의 안타까운 일들을 다 바로잡아 주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셔가지고 심지어는 마사회가 사회적 합의를 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켜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놀랐습니다. ‘아, 이 분이 정말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 맞는 건지’. 정말 놀라서 왜 이렇게 이런 것을, 마사회가 합의를 했고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일들이 합의가 계속해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야, 이건 정말 너무 하다’. 그러고 나서 우리 노동조합에서도 이런 저러한 공문을 많이 보냈는데 마사회장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양 전 지부장은 “(김낙순 마사회장이) 우리 노동조합이 강력하게 항의를 한 것에 대해서는 가벼운 것을 많이 해줬어요. 그렇지만 중요한 것이 못 지켜지는 바람에 노동조합이 많이 조금 힘들게 됐습니다”라며 “제가 보기에는 마사회장이 보통 2년 정도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별 말썽 없이만 2년 동안 버티고 나서 다음 본인의 출구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비판했다.
양 전 지부장은 “(김낙순 회장도 어딘가 출마를 하기위한 디딤돌로 한국마사회 회장의 타이틀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이 상황에서는 그렇게 밖에 볼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양 전 지부장은 “지금까지 많은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났지만 이 점에 대해서 마사회는 빨리 인정을 하고 그리고 반성을 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앞으로 이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대책을 세우고, 그 대책에서 얻어지는 많은 점들을 이행을 해야 합니다. 그런 변화를 가져와야지만 정말로 공정경마가 이뤄지고 고객들도 ‘경마가 재밌고 즐겁다’ 이렇게 해서 경마에 관심을 두는 것이지. 그냥 모든 것을 감추려고만 하고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 듯이 이런 행위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28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소속 기수 한 명이 마사회의 부정경마와 불공정 조교사 발탁 시스템을 고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29일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A(40)씨는 이날 오전 5시20분께 부산시 강서구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내 기수숙소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방 안에는 컴퓨터로 작성한 3장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 맨 뒷장에는 자필로 “내가 쓴 것이 맞다, 조작된 것이 아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경찰은 방 안에서 유서가 발견됨에 따라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A씨는 유서에서 부정경마에 대해 언급했다. 조교사들이 인기마들을 실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일부러 살살타게 해서 등급을 낮추게 한뒤 승부를 걸어 고액배당을 얻기 위해 기수를 동원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말을 탈 기회를 박탈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유서에서 “마사회에 잘 못 보이거나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마방을 받을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A씨는 또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엔 말도 안 태워 주고, 어떤 말을 타면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2006년 개장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현재까지 4명의 기수가 스스로 생을 달리했다. 2017년에는 말 관리사 2명이 연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마주와 조교사, 말 관리사, 기수 등으로 이루어진 마방 피라미드에서 기수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마주는 말의 주인이며, 조교사는 마주로부터 경주마를 수탁받아 관리하는 개인사업자다. 조교사는 마필관리사와 기수 등을 고용하고 계약해 운용하며, 이 같은 조교사의 사업자 허가권은 마사회가 가지고 있다. 마사회가 조교사와 마필 관리사, 기수 등을 관리하는 피라미드의 최정점에 위치한 것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조교사는 마사회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말 관리사와 기수는 조교사에 종속된다. 기수가 더 많은 출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교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양정찬 부산·경남 경마공원 말 관리사 노조 지부장은 “조교사가 감독 위치다보니 말 관리사와 성적이 하위권인 기수는 종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A씨는 자신에게 베팅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누군가 지시에 따라 자신 능력을 은폐시켰다면 심리적인 큰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교사가 개별적으로 그런 지시를 했는지 아니면 더 윗선에서 지시가 이뤄졌는지 철저하게 조사돼야 한다”면서 “마사회도 기수와 말 관리사 처우 개선에 힘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가 부산경남경마 기수협회 소속 A씨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그와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9일 한국마사회는 입장자료를 내고 “조교사는 개별사업자로서 한국마사회와 고용관계에 있지 않다”며 채용 비리 의혹은 마사회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조교사, 기수를 직접 채용하는 곳은 전무하다”면서 “한국야구위원회가 감독을 직접 고용하지 않듯 경마시행체인 마사회는 개인사업자 개념의 조교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국마사회는 “마사회법에 명시된 공정한 경마시행을 위해 경쟁적으로 말을 훈련해 대회에 출전시켜 대회우승 여부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조교사나 기수를 직원으로 채용하기 힘들다”면서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한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내부적으로 합동점검 등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부산경남경마기수협회 A씨는 이날 오전 5시20분쯤 기숙소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유서에서 A씨는 “마사회에 잘 못 보이거나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마방을 받을 수 없었다”면서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엔 말도 안 태워 주고, 어떤 말을 타면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