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기관 간 경쟁이 심화된다고 해서 서비스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8일 보건사회연구 ‘장기요양기관 간 경쟁이 높을수록 서비스 질이 더 좋은가? 방문요양기관을 중심으로’(국민건강보험공단 이기주, 한림대학교 석재은)를 발간하고 서비스공급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견인하겠다는 정책목표가 효과적으로 달성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는 총 2000여개소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요양기관 평가결과 원자료와 급여청구 원자료를 활용했다. 해당 지역의 방문요양 급여비 지출 비중으로 경쟁지수를 산출했다.
분석 결과, 지역의 서비스공급 경쟁수준은 방문요양기관의 서비스 질에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수준의 변화 역시 유의미한 수준에서 서비스 질 수준을 향상시키는 변화를 유도하지 못했다.
우선 기관의 규모가 클수록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의 운영기간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차이가 있었는데, 높은 평가를 받은 기관의 경우 평균 운영기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었다.
2014년 기준으로 A등급을 받은 방문요양기관의 평균 운영기간은 35.6개월로, 이하의 집단과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B등급 집단 33.6개월, C등급 집단 31.1개월 순이었으며, D등급과 E 등급을 받은 집단의 운영기간은 유의미한 수준에서 차이가 없었다.
지역 간 경쟁수준과 서비스 질 간의 관계를 보면, 기관 간 경쟁이 가장 심한 저집중 시장에서 A등급의 비율이 8.5%였으며, 중간 집중지역은 9.2%, 고집중 지역은 8.8%로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B등급까지 확대해 살펴보아도 중간집중 지역이 약 1%p 내에서 차이를 보일 뿐 지역별 경쟁정도에 따른 서비스 질 수준의 차이는 확인 할 수 없었다. E등급 비율 역시 고집중과 저집중 지역에서 13.9%와 14%로 유사한 비율을 보였다.
표본 연구의 분석대상으로 삼은 2209개소 중 2012년 평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1314개소를 대상으로 서비스 질의 변화를 비교한 결과, 총 1314개소의 방문요양기관 중 약 30%인 394개소가 이전보다 서비스 질적 수준이 향상됐고 70%는 유지 또는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 D등급을 받은 기관의 경우 C등급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39.1%로 높은 반면, C등급 기관의 경우 B등급으로 이동한 비율보다 D등급으로 이동한 비율이 높았다. 2012년 B등급 기관의 경우에도 과반수이상이 C등급 이하로 낮아졌다.
서비스 질 변화를 운영주체에 따라 비교해 보면, 비영리조직과 영리법인의 경우 이전 대비 서비스 질이 향상된 기관이 약 40%인 반면, 개인기관은 26.4%만이 향상됐다. 73.6%가 이전 평가 대비 동일하거나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방문요양 이외에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기관의 경우 이전 평가보다 향상된 비율이 28.9%로, 단일 서비스 기관 31.3%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운영주체에 따른 평가등급 분포를 보면, 공공기관을 포함한 비영리조직과 영리법인이 개인기관에 비해 평가등급이 높았다. 비영리조직에서는 33.3%가 B등급 이상의 평가결과를 획득했으며, 영리법인은 32.5%가 B등급 이상을 받았다. 반면, 개인기관의 경우 40.3%가 D등급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연구책임자는 “우리나라는 장기요양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공급기관 간 경쟁을 정책요소로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험적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비영리조직 운영주체의 서비스 질이 개인기관에 비해 유의미한 수준에서 높았다. 때문에 기관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규제하고, 개인기관을 법인기관으로 전환시키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 건보공단의 평가제도는 서비스 질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므로 평가결과를 기관의 질 관리에 잘 활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장기요양제도는 서비스 질을 담보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시장화(marketization) 기제를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공급자들이 소비자 확보를 위한 경쟁 전략에는 가격경쟁 전략과 품질경쟁 전략이 있다. 장기요양은 수가정책을 통해 서비스 표준가격 을 적용하는 가격통제 정책을 실시하기 때문에 공급자들에게 허용된 것은 서비스 질 경쟁뿐이다.
그러나 장기요양제도가 운영되어 온 지난 11년간 기관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충분한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해 기관 생존을 우선에 두는 불법·편법 행태가 만연해졌다. 특히 개인 운영기관들의 잦은 폐업으로 서비스 공급이 중단되는 등 책임성이 낮고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재가서비스의 표준급여모형에 따르면 방문요양기관 당 표준서비스 이용자수는 40명이지만, 실제 방문요양기관 평균 이용자수는 24~26명(2008~2015년 통계 연보기준)으로 나타나, 다수의 기관들이 적정 이용자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