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경기도 구리시에서 초등학교 5학년 A양이 조부모 집에서 친구 B양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B양은 집 앞 복도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옯겨지던 도중 사망했다. 경찰조사에서 A양은 “B양으로부터 험담 등 괴롭힘과 폭행을 당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양이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성년자를 어리고 착한 아이로만 보지 말라. 세상이 달라졌다”며 소년법을 개정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교육부가 학교폭력 예방 대책 일환으로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여론에 떠밀려 땜질식 처방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15일 ‘제4차 (2020~202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현행 소년법상 만 10세 이상~14세 미만까지인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촉법소년은 가정법원으로 넘겨져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신 소년원 송치 등 구금을 포함한 보호처분을 받는다. 범행기록(전과)는 남지 않는다.
일단 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씨(23)는 “갈수록 어린 학생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늘어나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구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주모(53·여)씨는 “촉법소년 연령을 13세 보다 더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중범죄에 대해서는 청소년이나 성인이나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 법의 엄중함을 어릴 때 깨우쳐야 나중에 커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예방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소년범죄가 저연령화되고 있다는 시민들의 인식은 사실일까. 수치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소년법상 소년이란 19세 미만자다.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소년범죄 연령별 현황’에 따르면 14세 미만 소년범은 지난 2016년 기준 0.1%(84명)에 그쳤다. 같은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18세 소년범으로 25.7%(1만9401명) 였다. 그 뒤를 17세 23.1%, 16세 23.1%, 15세 18.1%, 14세 9.9%가 이었다. 14세 미만 소년범은 2.8%를 기록한 지난 2008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10년간(2007년~2016년) 0%~1%대에 머물렀다.
해외 사례에 비춰봐도 소년범 처벌 강화가 범죄율 감소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영국은 형사책임 연령이 10세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낮다. 이에 따라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소년범을 구금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구금이 소년 범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지 증명되지 않았다. 또한 일본과 미국에서는 저연령 소년에 대한 강력처벌이 시설내 구금의 폐단을 학습하게 되고 재사회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미국 뉴욕주에서는 지난 2017년 형사처벌 연령을 상향하는 입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중학교 중퇴자를 증가시키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정 교수는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 다닌 아이들은 시설에 수용돼 결석이 발생해도 학교에서 어떻게든 졸업을 시키자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하지만 중학교 1학년 시작하는 시점에 그렇게 되면 학교에서 대부분 포기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소년범에 대한 처벌 강화는 국제사회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대부분 국가들은 연령을 상향조정하는 추세다. 유엔의 권고에 따라 영국은 8세에서 10세로, 캐나다는 7세에서 12세로 상향조정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는 가능한 한 소년범이 구금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며 자유를 박탈당하지 않고, 인류애와 존중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해당 협약 제37조에는 소년에 대한 구금은 최후의 수단으로, 그리고 가장 짧은 기간 동안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8년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는 것은 UNCRC 등 국제 인권 기준에 반하고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이미 한차례 표명했다.
교육계는 청소년기 비행에 대해 교육적 해결책보다 처벌을 우선시하는 경향에 우려를 표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교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면서도 “학교폭력의 가장 바람직한 대책은 예방이다. 사후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교원의 학생지도, 학교의 교육적 역할 강화에 초점을 두고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소년범 처벌 강화라는 입법만능주의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지난해 1월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소년 사법제도 개선방안 입법포럼’에서는 소년범에 대한 기소 비율이 최근 10년간 10% 내외로 낮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소년범에 대한 단순한 불기소처분이 아닌 선도조건부 교육조건부 처분 등 보다 엄격하고 정비된 처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또 학교, 교사, 관할 동사무소의 공무원, 청소년 선도 교화 시설 간 보호소년에 대한 정보 공유 활성화, 가족기능 강화를 위한 보호자도 함께 참여하는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이 언급됐다.
전문가는 소년범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짚었다. 박성훈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청소년 문제를 한국 사회가 너무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청소년 문제는 복합적이다. 단순히 ‘아이들이 뭘 몰라서’, ‘처벌이 낮으니까 정신 못 차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이 아이들이 어디서 이런 범죄를 보고 배웠겠는가. 열악하고 무관심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감사원 감사보고서 ‘보호대상청소년지원 및 교화실태’에 따르면 소년범죄자의 생활환경정도를 상, 중, 하로 나눴을 때 지난 2007년~2016년 내내 ‘하’가 과반수 이상(56.8%~63.6%)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원은 이어 “아이들을 소년원 등 보호처분 시설에 보냈을 때 사회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을 키워 오히려 재범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처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범죄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