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현지시간) 중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로 확산하고 있는 '우한(武漢) 폐렴'에 대해 아직 국제적인 비상사태로 선포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WHO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긴급 위원회를 열고 우한 폐렴의 원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논의한 뒤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디디에 후상 WHO 긴급 자문위원회 의장은 위원회 이후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국제적으로 우려하는 공중보건 긴급사태로 간주하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밝혔다.
다만 위원회에서 위원들의 의견이 거의 50 대 50으로 비등하게 엇갈렸다면서 WHO가 우한 폐렴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후상 의장은 "위원회는 WHO가 하는 (우한 폐렴) 발병의 원인 및 사람 간 전염 정도 조사, 우한을 제외한 중국 내 다른 지역에 대한 감시, 방역 대책 강화 등의 노력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도 "중국 내에서는 비상사태이지만, 국제적인 보건 비상사태는 아직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내에서 사람 간 전염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족이나 감염자를 돌보는 의료계 종사자 내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중국 외 지역에서는 현재 사람 간 전염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바이러스가 심각한 질병을 야기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점도 알고 있다"면서 "확진자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심각한 병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망자 대부분이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였다"며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가벼운 증상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우한 폐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우한의 모든 대중교통을 중단해 주민 간 이동을 막은 조처를 두고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서도 "우리는 (조치의) 지속 기간이 짧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는 "WHO는 현재 여행이나 무역과 관련해 어떠한 국경 제한도 권고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포괄적인 대책의 하나로 공항에서의 모니터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다만 WHO가 국제적인 비상사태로 선포하지 않았다고 해서 "WHO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사시 긴급 위원회를 재소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HO에 따르면 우한 폐렴 확진자는 23일 현재 사망자 17명을 포함해 584명이다.
이 가운데 575명은 중국 내에서, 그 외는 일본과 한국, 싱가포르, 태국, 미국, 베트남에서 보고됐다.
WHO는 전염 방지를 위해 손을 씻고 기침할 때 입과 코를 가리라고 조언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