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4일(현지시간) 북한의 신임 외무상에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임명된 데 대해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재개에 긍정적 변화의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리 신임 외무상 임명 사실을 한국시간으로 지난 23일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2020년의 일본:향후 1년에 대한 조망' 세미나에 참석, 일문일답을 통해 '강경파 인사의 신임 외무상 임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러한 희망을 피력했다.
그는 "정보 당국이 그(북한) 정권의 '키 플레이어'들을 확인하는 작업을 잘하고 있다"며 추측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사람이 누군지 전혀 모른다. 진짜 모른다"며 "그것이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면서 대북 문제를 담당하는 특별대표 사무실이 북한 측 인사 관련 등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차관보는 그러면서도 "변화가 있었다. 나는 그 자체로 무언가를 암시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변화가 "(북한이) '아마도 우리는 우리의 방향을 바꿔 (협상) 테이블로 나와 우리가 약속한 논의들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데 있어 긍정적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이것은 단순히 북미, 남북미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유엔에 관한 것이다"라며 전세계가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앞서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밝힌 '느리고 인내하는 외교'라는 대북 기조와 관련,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와 관련해서는 복잡할 것이 없다"며 '과거 협상이 진전과 중단 상태를 반복하며 부침을 겪어온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에 조급함이나 보다 빨리 결과를 보려는 바람 때문에 북한에 먼저 다가가 우리의 기존 입장을 버렸던 것들을 봐왔다'며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내가 전에 언급한 대로 나는 우리가 서두를 게 없다(we aren't in a rush)는 사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말해왔고, 합의를 이뤘으며, 상대편도 그러한 합의들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와 함께 미국과 그 동맹들에 있어 최상의 접근법은 굳건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북한이 협상장으로 복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내하는 외교'는 과거 북핵 협상 과정에서 보듯 단시간에 타결이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하되, 성급한 해결을 위해 기존 입장에서 후퇴했던 과거와는 달리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조로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설명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거론, "우리는 하노이에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고 걸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보여줬다. 그리고 우리의 기대는 그들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에 부응하는 것"이라면서 자신이 2015년 예편했을 당시보다 북한 문제와 관련, 미국이 더 좋은 위치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관보는 북한의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내달 14∼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 안보 회의(MSC)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이 기간 북미 간 접촉 기회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이 참석해 다른 카운터파트와 만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준비하는 것을 돕고 있다"면서도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스틸웰 차관보는 한일 간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역내 불화가 있을 경우 북한 및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이를 이용하고 이간질 시도를 하도록 조장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양국이 우호적 관계를 회복, 뒤를 돌아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지속한 데 대해 기쁘다면서 지소미아는 '발사와 같이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대북 메시지라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