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재현 없다…병원가, 신종 코로나 ‘일사불란’ 대응

‘메르스 사태’ 재현 없다…병원가, 신종 코로나 ‘일사불란’ 대응

스크리닝 체계·개인위생 관리 등 예방태세 가동, 경각심도 높아

기사승인 2020-01-30 04:0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라 병원가에는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마련한 대응 지침에 따라 경계 태세를 갖춘 모습이다.

29일 방문한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는 출입구마다 안내문이 붙었다. 14일 이내 중국 후베이성·중동 등을 방문했거나, 3주 이내 발진환자와 접촉했거나, 해외여행력이 있으면서 발열·발진이 있는 사람은 의료진에게 병원 방문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개인 위생관리도 모든 방문객을 대상으로 독려됐다. 출입구마다 마련된 임시 데스크에서는 손세정제와 일회용 마스크가 배부됐다. 병원 내 직원, 의료진, 환자, 보호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병원은 유증상자 확인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출입구마다 방문객의 체온을 측정해 발열이 있는 사람을 파악하는 스크리닝 체계가 구축됐다. 병원은 반드시 필요한 통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통로를 폐쇄했다. 건물 로비와 주요 출입구 앞마다 열감지 카메라가 설치됐다. 열감지 카메라와 스크리닝 모니터 등은 지난 2015년 메르스가 국내에 퍼졌을 때 병원측이 직접 구매한 장비다.   

메르스를 계기로 정비된 전염병 대응 태세는 이뿐만이 아니다. 병원은 응급실을 비롯해 모든 병동의 출입구와 통로마다 유리문을 설치해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이 또한 메르스 사태 이후 도입된 설비다. 입원 환자에게는 바코드가 발급되는데, 바코드마다 1명의 보호자만 등록할 수 있다. 환자와 보호자는 이 바코드를 유리문 개폐기에 찍어야 병동에 출입할 수 있다. 병원 관계자와 의료진 역시 통행카드를 소지해야 병동 출입·이동이 가능하다.

병동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던 장소도 사라졌다. 이 병원에서는 2015년 이후 수술실 앞에서 환자 가족들이 머물던 공간인 ‘보호자 대기실’이 모두 폐쇄됐다. 사람들이 오랜시간 같은 장소에서 대기하며 서로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병원 관계자는 이 밖에도 병동에서 불필요하게 사람들이 군집하던 장소들을 대부분 없앴다고 설명했다.

병원의 지침과 함께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했다.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지난 2003년부터 이 병원에서 청소 업무를 맡아 근무해온 A씨는 “전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 지침을 안내받았다”며 “마스크를 쓰고 일 하기 답답하지만, 일주일 이상 계속해서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에 사람들이 없는 시간대에도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위생수칙을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메르스 국내 확진자가 나왔을 당시와 같은 수준으로 전염병 예방 신경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근로자와 의료진들이 모두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본 병원 방문객들은 더 의식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소독제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각심이 고취된 만큼,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동생의 외래진료에 동행한 C씨는 “대중교통이나 대형마트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야할 때마다 찜찜한 마음이 들었는데, 병원은 환자들이 모이는 장소라서 더욱 걱정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중국에 방문한 경험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등장하지 않았나”라며 “전염 경로 관련 정확한 정보나 치료제가 없어서 큰일이다”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염 경로는 환자의 비말(침방울)이다. 환자의 침이 눈에 들어가거나, 오염된 손으로 눈을 비비면 감염될 수 있다. 그러나 잠복기에도 전염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6일 중국 보건당국은 잠복기 1∼14일 사이에 전염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28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잠복기 전염성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까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증상자 187명 중 확진환자는 4명이다. 155명은 격리해제됐으며 검사가 진행 중인 인원은 28명이다. 확진환자 4명과 접촉한 사람은 총 387명으로, 각 지자체 보건소가 이들을 모니터링 중이다.


김희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역학건강증진학과 부교수는 철저한 개인 위생관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을 막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가장 원론적인 이고 확실한 예방법은 손을 자주 씻는 것”이라며 “손 위생상태와 관계 없이, 눈·코·입을 만지거나 긁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불안감이 조성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전염력이 강하지만 치사율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인 독감은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가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대중적 공포감이 형성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의 경우 감염시 위독할 수 있겠지만, 평상시 면역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증상을 다스리는 대증치료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질병관리본부 상담센터(1339)를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전화 연결이 더디다는 보도가 많아 유증상자들이 상담센터 이용을 단념할까 우려된다”며 “환자 임의로 병·의원에 방문할 경우, 환자가 이동한 경로마다 접촉자가 발생해 문제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상담을 통해 선별진료소와 이동 방법을 안내받고,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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