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발견하고, 위험 경고한 중국 의사 ‘리원량’ 사망

신종 코로나 발견하고, 위험 경고한 중국 의사 ‘리원량’ 사망

집단 확산 감염병 위험 알렸으나, 중국 정부는 '유언비어 유포'로 위협

기사승인 2020-02-07 10:07:13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중국 우한(武漢)에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다가 ‘유언비어 전파’로 당국에 훈계서를 받았던 의사 리원량(李文亮·34)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우한시중심병원 의사 34살 리원량 씨가 오늘 새벽 2시58분 폐렴 증세로 숨졌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매체와 CNN 등이 7일 리원량 우한시중심병원 의사가 병원에서 폐렴 증세로 사망했다고 보도했지만 한시중심병원은 같은날 새벽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중환자실에서 리원량이 긴급 소생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어젯밤 9시 반쯤부터 오늘 새벽까지 긴급 소생 치료에도 불구하고 끝내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리원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치료받아왔다. 그는 신종 코로나 초기 보호 장비 없이 환자 치료에 전념하다 지난달 10일경 기침과 발열 등 증세를 보여 입원했고, 최근 폐렴으로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우한의 안과의사인 리원량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자신이 신종코로나를 진단하게 된 경위를 비롯해 당국의 은폐 시도, 사법처리 등을 알렸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보던 환자 7명에게서 2003년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비슷한 전염병 증세가 있다는 것을 발견, 해당 바이러스가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에서 시작됐다고 판단하고 병원에서 이들을 격리했다. 같은 달 30일 그는 동료 의사들과의 채팅방에서 이 사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지는 몰랐으나)을 알리고 환자 검진 시 보호장구 착용을 권고했다.

나흘 뒤 우한시 공안이 리원량을 찾아와 ‘거짓정보로 유언비어를 만들어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혔다’며, 이런 불법행위를 계속한다면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인정한다는 ‘훈계서’(조사자가 위법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에 서명하도록 했다.

이후 녹내장을 앓던 한 여성을 진료했는데, 이후 그녀는 신종 코로나로 확진을 받았고, 리원량과 가족도 이후 기침과 고열 등이 나타나자 입원해 치료받았다. 그 와중에도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리원량은 진술서를 비롯한 모든 사실을 병상에서 웨이보에 공개했고, 우한 당국은 뒤늦게 그에게 사과했다. 대중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새로운 질병을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발생 초기 이 사실을 은폐·축소하려던 중국 정부의 부실했던 초기 대응을 알린 ‘영웅이자 의로운 고발자'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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