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밝힐 수밖에 없는 의료현장 “진료 수입만으로 힘들어”

돈 밝힐 수밖에 없는 의료현장 “진료 수입만으로 힘들어”

기사승인 2020-02-10 04:00:00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최근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병상-인력 등의 문제로 병원과 갈등을 겪으면서 권역외상센터장 자리에서 내려오자, 병원이 공공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수익만 바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힐난에 병원가도 할 말은 있다. 진료수입만으로는 운영비도 충당키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사실상 건강보험공단과 가입자단체 간의 수가 협상에 좌지우지된다. 기본 골격은 ‘SGR(Sustainable Growth Rate)’ 모형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려해 총 금액을 정해 놓고 6개 가입자 단체가 나누는 방식을 말한다. 병원들은 정해진 의료수가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매년 평균 4.4%의 의료 이용량 증가와 이에 따른 수가만으론 병원을 운영키 위한 비용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의료비가 정해지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건강보험료율을 높여야 하지만 시민들의 조세저항으로 어렵고, 보험료 인상률이 8%까지만 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건강보험 재정을 늘리기 위해 보건당국에서 여러 방법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수가 제도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료는 일반상품과 다르기 때문에 필수의료 등은 특별 관리를 해야 한다”며 “최근 문제가 된 권역외상센터는 환자를 마음껏 볼 수 있을 만큼 지원하면서 외상환자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식의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정 교수는 “기존 수가 체계로는 돈 되는 진료과와 돈 안 되는 진료과 모두를 만족시킬 대안이 없다”며 “개별 행위에 따라 주다 보니 수입을 맞추기 어렵고, 이로 인해 간호사들은 월급이 비슷한데 의사들은 과별로 차이가 큰 경우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소위 빅5 병원처럼 환자 수가 많은 상급종합병원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나머지 병원들은 별도의 부대사업을 하지 않으면 힘들다”며 장례식장이나 부대사업 운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고, 병원은 수가체계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맞서다보니 의료의 변칙 행위는 근절되기 어려운 지경이다. 나아가 현재의 정부 지원으로는 향후 원만한 의료질 담보가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도 제기된다. 환자를 사이에 두고 각계의 이해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는 의료로 수익을 꾀하는 행위 자체에 부정적 견해를 편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의료행위는 경제학적으로 원가가 많이 들어가게 때문에 특히 외상환자나 희소질환은 경제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공익,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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