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병 환자 위해 모은 후원금, 사망 후엔 ‘유족’에게

희소병 환자 위해 모은 후원금, 사망 후엔 ‘유족’에게

법원, 관리한 재단서 "공익사업 사용" 동의 요구했으나 인정 안 돼

기사승인 2020-02-09 09:28:56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 환자의 투병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된 후원금은 환자가 치료 중에 사망하면 유족이 받아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와 환자단체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심현희 씨의 유족이 밀알복지재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단이 심씨 유족에게 7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얼굴에 거대한 혹이 생기는 희소병 신경섬유종 환자이던 심씨의 사연은 2016년 10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소개됐고, 이를 안타까워하던 많은 사람들이 이후 SBS가 진행한 모금에서 나흘 동안 10억여원을 후원했다. 

이를 전달받은 밀알복지재단은 심씨의 의료비와 유족의 의료비, 생계비 등으로 나눠 후원금을 사용했으나, 심씨는 2018년 9월 수술을 받던 중 사망했다.

심씨가 사망하자 재단 측은 남은 후원금 중 심씨의 의료비와 간병비 등으로 책정됐던 7억5000여만원을 가칭 ‘심현희 소망펀드’로 만들어 신경섬유종을 앓는 저소득층 환자를 위한 공익사업에 사용하겠다며 유족의 동의를 요구했으나, 유족들은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당시 방송 내용이 신경섬유종 환자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어려움보다는 심씨와 가족이 겪는 어려움에 초점을 맞췄고, 이에 따라 후원자들도 심씨와 가족에 증여할 의사로 후원금을 낸 것이라고 판단, “유족들이 후원금의 수익자로서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또 재단이 여러 차례 후원금 사용내용 등을 공지하며 ‘전액 심씨와 그 가족을 위해 사용된다’는 문구를 넣은 점도 근거로 제시하자 재단 측은 이 문구가 단순한 도의적 약속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후원금이 10억원 넘는 거액인 데다 모금에 나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후원금이 심씨와 가족을 위해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되자 재단과 SBS가 밝힌 내용인 만큼 단순한 도의적 약속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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