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당신이 ‘기생충’의 수상 소식을 접하고도 그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언짢아할 필요는 없다. 당장 나가서 영화를 보길 권한다.”(WP)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 작품상과 감독·국제영화·각본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하자 세계 주요 언론들은 “‘기생충’이 역사를 만들었다”(CNN), “세계의 승리”(AP 통신) 등 찬사를 쏟아냈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이 그간 영어권·백인·남성 위주로 후보와 수상자를 꾸려 비판받아온 것과 맞물려, ‘기생충’의 수상이 “‘좀 더 포용력 있는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를 약속하는 것처럼 보인다”(월스트리트저널)는 평가도 나왔다.
AP통신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영어권 영화로 작품상을 수상했다”면서 “세계의 승리(a win for the world)”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기생충’은 제목 그대로 미국 영화상 시즌, 궁극적으로는 역사에 달라붙어 오스카 유권자들을 매료시켰다. 오랜 세월 외국 영화를 낮게 평가해온 미국 영화상에 분수령이 됐다”고 했다. ‘오스카 유권자’는 아카데미상 수상자를 뽑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AMPAS)을 가리킨다.
가디언은 “오스카는 자본주의를 풍자한 ‘기생충’에 작품상을 안기며 화려한 반전을 펼쳤다”면서 AMPAS이 자신들의 포용력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도 “‘기생충’의 수상은 국제영화에 대한 AMPAS의 관심이 증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최근 아카데미는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성을 갖추려고 해왔다”면서 “올해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 감독이 없다는 점만 보더라도 갈 길이 멀지만, 이제 우리는 (미국 밖의) 누구든 어디에서든 작품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이 바로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WP는 또한 “기생충의 미국 박스오피스 실적은 단지 3500만 달러(약 415억원)다. 국제영화로서 인상적이지만, 많은 미국인이 아직 보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그러니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당장 나가서 보라”고 권했다.
CNN은 “‘기생충’, 역사를 만들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생충’이 경쟁작들에 비해 너무나 강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봉준호를 위한 파티를 준비하라!”라고 했다.
‘영화 강국’을 자임하는 프랑스도 ‘기생충’의 활약을 대서특필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자국의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봉 감독에게 안긴 나라다.
프랑스의 권위지 르 몽드는 “오스카 4개 부문 석권: 봉준호 ‘기생충’의 승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생충’의 감독 봉준호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위대한 승자”라고 썼다.
르 몽드는 봉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봉 감독이 수상한 사실을 언급하며 “대부분이 미국인인 영화산업 종사자들 6000여명의 선택으로 이뤄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단의 선택과 일치한 것은 1955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는 “오스카: 기생충, 봉준호 현상이 영화의 역사를 뒤엎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92년 역사상 최초로 미국 영화아카데미가 작품상을 비영어권 작품에 선사했다”면서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오스카 외국어영화상까지 가져갔다.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영국 BBC 방송도 긴급 속보로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타전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92년 역사에서 자막을 달린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