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임동규 “약물 유혹 뿌리칠 수 있었던 건…” [처돌인터뷰]

‘스토브리그’ 임동규 “약물 유혹 뿌리칠 수 있었던 건…” [처돌인터뷰]

‘스토브리그’ 임동규 “약물 유혹 뿌리칠 수 있었던 건…”

기사승인 2020-02-17 13:00: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과몰입 상태를 빠져나오지 못한 기자가 작품을 보며 궁금했던 것들을 묻는 쿠키뉴스의 코너입니다. SBS ‘스토브리그’ 내용을 바탕으로 배우 조한선과의 인터뷰를 그가 연기한 임동규의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임동규. 국가대표 5번 타자이자 드림즈 4번 타자. 팀이 꼴찌를 전전하는 와중에도 3할3푼7리 40홈런, 114타점을 기록하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외야수 부문 트로피를 여섯 번이나 거머쥔 이번 스토브리그는 그런 임동규에게 절망과 희망을 번갈아 가며 안겨준 시간이었다. 언제나 꿈꿔오던 드림즈 영구결번은 불가능하게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게 드림즈는 집”이라고 말하는 임동규를 지난 14일 서울 한남대로에서 만났다.

Q. 늦었지만 드림즈 복귀를 축하합니다. 선수들 분위기는 어땠나요?

임동규: 처음 라커룸에 들어갔을 땐 조용~하더라고요. 다들 절 쳐다만 보고. 알고 보니 ‘몰카’였어요. 장진우(홍기준) 형은 제 엉덩이를 까더니 “어디서 바다 냄새가 난다 했더니만 바이킹스 놈이 와 있어. 노 젓고 오느라고 늦었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말해줬죠. “나는 뼛속까지 드림즈!”라고. 다들 ‘동규쏭’도 불러줘서 고마웠어요. 심지어 강두기도 부르고 있더라고요.

Q. 김종무(이대연) 단장님이 말씀하시길, 바이킹스에 있던 시절 훈련에 열을 올렸다고요.

임동규: 예. 바이킹스로 트레이드된 뒤에 아~~~주 독기를 품고 있었죠. 오죽하면 머리까지 잘랐겠습니까. 아주 치욕스러웠고, 분노에 차 있었어요.(웃음) 백승수 단장에게 내가 얼마나 야구에 미친 놈인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드림즈에 돌아온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해외 원정 도박 사건 때문이었어요. 자진 신고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임동규: 우선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 마카오로 전지훈련 갔다가 순간의 유혹에 빠져서 그만…. 자진 신고를 한 데에는 강두기의 조언이 컸습니다. 예전에 자주 갔던 칼국수 가게로 저를 불러내더니 당당하게 살 순 없는 거냐더라고요. 처음엔 웬 ‘훈장질’인가 했어요. 그런데 부끄러운 게 있으면 털어내라, 친구야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Q. 강두기 선수와 같은 해 선발돼 처음엔 무척 친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강두기 선수가 바이킹스로 이적하기 전 두 분의 불화설이 돌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임동규: 두기에게 열등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강두기는 1순위 지명선발이었고 저는 맨 마지막에야 선발됐으니까요. 강두기가 먼저 다가와 줘서 열등감을 조금이라도 풀고 잘 지낼 수 있었는데, 아주 작은 오해 때문에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제가 도핑 검사에 걸린 적이 있거든요, 보약을 잘못 먹어서. 그때 저는 강두기가 절 신고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왜 강두기 선수가 임동규 선수를 의심했을까요?

임동규: 사실 신인 시절, 저도 약물 유혹을 받은 적 있습니다. 제 팬이라며 접근한 아저씨가 훈련만 한다고 되는 세상이 아니다라면서 약물 판매책과 연결해줬거든요. 방에서 약물을 주사하기 직전까지 갔는데, 그 모습을 강두기가 봤어요.

Q. 당시 약물을 투여하진 않은 건가요?

임동규: 네. 하필 열등감이 없지 않은 친구에게 목격돼서…. 굉장히 수치스럽고, 치욕스럽고, 자존심이 상했어요.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실망했고요.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제 성격상, 약물을 던져버릴 수밖에 없었죠. 그때부터 연습에 더욱 매진하기 시작했습니다.

Q. 그때부터 야구에 미치게 된 거군요.

임동규: 과정이 많아요. 신인 시절, 저는 관심받지 못하던 선수였고 그래서 차별과 무시를 겪었죠. 그러다 보니 저를 깔보는 사람들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집념이 생겼어요.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진 피나는 노력과 연습이 있었습니다. 부와 명예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저와 드림즈를 응원하는 분들을 생각하며 연습에 매달렸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제게 천 원짜리 한 장씩 쥐여 주던 아저씨, 야구장 앞에서 쥐포 팔다가 저만 보면 손 흔드는 아줌마, 제 응원가, 그물망 흔들면서 제 이름만 부르는 술 취한 아저씨…. 저한텐 그게 더 중요해요.

Q. 앞으로의 각오는 어떻습니까.

임동규: 드림즈가 트레이드로 인해서 더 강해졌습니다. 저도 있고, 강두기도 돌아왔잖아요. 올해는 못해도 홈런 20개 이상은 칠 겁니다. 드림즈에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응원 부탁드립니다. 아무쪼록 저희 드림즈, 사이판 전지훈련 잘 다녀오겠습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제공=SBS ‘스토브리그’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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