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역 실책은 29·31번 환자 나왔을 때다"

"국내 방역 실책은 29·31번 환자 나왔을 때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中입국 금지 실효성 의문...신천지 대응 빨랐더라면"

기사승인 2020-02-28 04: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제일 아쉬운 것은 29번, 31번 환자가 나왔을 때 지역사회 확산 차단시기를 놓친 점입니다. 신천지와 교회에 대한 전수조사를 그 때 적극적으로 시행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7일 1700여명을 넘어섰다. 발원지인 중국 다음으로 확산세가 크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한국의 감염병 방역 점수는 ‘선방’에 가까웠지만, 순식간에 역전됐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방역 과정 중 가장 엄중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세계보건기구(WHO) 정책자문관인 홍윤철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9번(82세·남), 31번(61세·여) 확진자가 발생한 이달 16일과 18일 이후를 지목했다.

홍 교수는 “29, 31번 환자가 나왔을 때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것이다. 31번 환자 발생 다음날인 19일 신천지 관련 10명이 추가됐다. 그때를 놓쳤다. 당시 방역전략을 강화시켜 적극적으로 관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달 16일 확진된 29번 환자는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자였다. 뒤이어 18일 발생한 31번 환자도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로 대구·경북지역의 집단 감염사태의 신호탄을 알렸다. 그러나 지역사회 확산 대응이 한 발 늦었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곧바로 전략을 강화시켜 주말 전 신천지 교회 등을 전부 관리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시기를 놓쳤다. 위기등급을 높이는 것도 이틀정도 늦었다. 그 바람에 감염위기 속 주말 예배가 진행됐고, 전국 각지로 바이러스가 흩어진 원인이 됐다. 대응이 제대로 안 됐다”고 평했다.

이어 “지금 시작하다는 신천지 교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그때 했다면 폭발적 확산은 막았을 것이다. 물론 신천지 협조가 늦은 점 등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일요일인 지난 23일에야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기존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올렸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정부가 ‘중국인 전면 입국 차단’ 조치를 시행하지 않아 확산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이라도 중국인 입국을 차단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중국인 입국 금지’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견해를 냈다.

홍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특수성은 감염자의 많은 수가 신천지 교회활동과 관련됐다는 점”이라며 “지역사회 감염이긴 하지만 신천지 교회와 청도대남병원과 같은 특수 발생원이 존재한다. 다른 요인보다 이런 주요 발생원에 주목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인에 대한 입국금지는 효과가 없었다고 본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한국인은 받고, 중국인만 입국 금지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었을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물론 초기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입국을 금지했다면 병이 안 퍼졌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신천지와 관련한 폭발적 발생이다. 그 전에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했다. 

이어 “지역사회 확산이 되고 있는 현 단계에서 중국 유학생들이 들어오면 감염병 대응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막자는 것은 논리가 성립된다. 그러나 중국발 입국을 막아야만  지금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것은 맥락상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소멸하지 않고 계절질환이나 풍토병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 교수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풍토병은 특정 지역에 항상 있는 병, 완전히 없앨 수 없고 계속 찾아오는 병이다. 당연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코로나19를 적극적으로 막아서 완전히 차단하는데 성공한다면 사스처럼 사라진 병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적어도 3월 중순까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될 것 같다. 희망적으로는 3월 중순 피크를 맞고 안정세에 접어들었으면 한다. 방역역량과 국민 협조에 달려있다”며 “코로나19가 대거 발생한 인구집단에 있는 분들이 자가 격리를 잘 실천한다면 빨리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냈다.

아울러 국내 감염병 대응과 관련한 촘촘한 시스템 마련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메르스 때도 그랬다. 확산세가 끝나면 끝날 것처럼 보이지만 또 온다. 이번에도 메르스 경험을 바탕으로 초기에 잘 버텼지만,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부족한 점이 속속 드러났다”며 “코로나19사태가 마무리된 다음에는 촘촘한 대응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한다. 공공의료기관 중심의 국가보건위기 대응 능력을 기르는 일이 첫 번째 과제가 되어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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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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