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임대료 내렸다는 정부…업계선 “중소업체만 내려주고 생색”

면세점 임대료 내렸다는 정부…업계선 “중소업체만 내려주고 생색”

기사승인 2020-03-04 05:00:00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라스 감염증)로 위기에 빠진 면세업계를 위해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인하’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실효성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견‧대기업은 배제하고, 중소기업으로만 그 범위를 한정해 정부의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것. 감면 대상에 차등을 둔 것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해당돼 인천국제공항에서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시티플러스와 그랜드면세점 두 곳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 임대료의 90% 이상을 부담하는 롯데, 신라, 신세계는 물론, 중견기업인 SM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도 임대료 감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 안팎에서 이를 두고 '탁상행정' 이라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SM면세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회사인 하나투어 역시 어려움에 빠진 상황이다. 다음달까지 주 3일제 근무를 도입하고, 직원 임금을 20% 삭감했다. SM면세점도 무급휴직 신청을 받으며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임대료 감면 대상에서 빠졌다. 

신라, 롯데, 신세계 등 대형 면세점들도 위기를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면세점 고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감소하면서 현재 이들 시내 면세점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45% 급감했다. 잇따른 매장의 확진자 방문으로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주요 면세점들이 임시 휴점을 진행했고, 주요 매장들은 영업시간 단축에 들어갔다.

현재는 대기업마저 버티기 힘든 ‘비상 상황’이라고 업계는 호소한다. 실제로 과거 신종플루 당시에도 이를 감안해 인천공항이 중소 중견 대기업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임대료의 10%를 인하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대 위기”라며 “현재 홍콩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태국공항 등도 공항 이용료 감면과 임대료를 낮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견·대기업을 외면한 실효성 없는 정책에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중소면세점의 인천공항 임대료 차지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수익은 총 1조76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기업 면세점이 차지한 비중은 91.5%(9846억원)에 달한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정책이 일괄 적용되지 않는다면 중견‧대기업 면세점 역시 계속된 적자 운영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고객 혜택 축소 등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 정책은 생색내기 수준 밖에 안 된다”면서 "중견‧대기업에게도 잠시나마 임대료를 매출액에 맞춰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국내외를 오가는 여행객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여행객 수는 7만1666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날(20만8241명)대비 3분의1가량 급감한 숫자다. 인천공항 하루 여객 수가 8만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2년 8월28일(5만5517명) 이후 이번 달이 처음이다.

이 같은 현실은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도 반영됐다. 인천공항공사가 지난달 27일 마감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사업권 입찰에서 '향수·화장품(DF2)' 등 2곳은 입찰 업체 수 미달로 유찰됐다. 한국 면세사(史) 중 처음 발생한 일이다. 

이를 두고 한 대형면세 업계 관계자는 “면세 사업자들이 코로나19와 높은 임대료에 더 이상 모험을 하지 않는 모습”이라면서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2조7000억의 매출을 올렸고, 사실상 대부분이 상업시설 임대수익에서 나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면세업계가 적지 않은 임대료를 내고 있는 만큼, 인천공항공사 역시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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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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