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1.8일에 1명씩 애인·남편 손에 죽는다

여성들 1.8일에 1명씩 애인·남편 손에 죽는다

기사승인 2020-03-08 03: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작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이 최소 88명, 살인 미수 등을 포함하면 최소 108명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9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33명이었다. 

해당 보고서 따르면, 최소 1.8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1.6일에 1명이 혼인이나 데이트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 통계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수치다.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실제 피해 여성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는 전 연령층에서 나타났다. 혼인이나 데이트관계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연령은 50대가 18.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20대와 40대가 13.8%로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30대가 12.8%, 60대가 7.1%, 70대가 4.1% 순이다.

이같은 친밀한 관계 내 발생하는 폭력은 자녀에게 가장 큰 피해를 미쳤다. 전체 피해자 229명 중 33명(14.4%)이 피해자 주변인인 피해자의 자녀와 부모, 현재 파트너, 친구 등이었다. 이는 가해자의 폭력이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여성 이외에도 그 여성과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는 사람에게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변인 중 피해 여성의 자녀에 대한 피해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피해 여성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미성년의 자녀를 납치하거나 살해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통제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가 진술하는 범행 동기를 살펴보면, 피해 여성이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58명(29.6%),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가 25명(12.8%), ‘자신을 무시해서’ 17명(8.7%), ‘성관계를 거부해서(성폭력)’ 3명(1.5%)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이 말을 듣지 않았거나 가부장적인 성역할을 벗어나는 등 남성인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났을 때 남성은 이 여성을 ‘죽여도 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범행 동기다.

또한 가해자들은 이 같은 ‘사소한’ 이유로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으로'(29.6%) 여성을 살해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히기도 한다. 대부분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거나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 등을 이유로 감형한 경우가 잇따랐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폭력이 있는 등 피·가해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해 온 폭력의 맥락은 고려하지 않고 ‘계획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는 ‘폭행치사’, ‘과실치사’ 등 살인죄에 비해 경한 죄목을 적용받거나 감형을 받는 것이다.

전체 피해자 중 37명은 가해자의 살해행위 전에 스토킹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가해자들은 집요하게 만남과 재결합을 요구하며 피해자를 스토킹하였으며, 이는 살해행위로 이어졌다. 가해자들은 생활 통제부터 협박, 폭행, 납치 등 다양한 스토킹범죄를 저지르며 피해자들의 목숨까지 빼앗고 있다. 스토킹범죄 피해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주변인까지 확대되고 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11년간 언론에 보도된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의 숫자를 집계하면 최소 975명, 미수 포함 1810명에 달했다. 피해자의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2229명이다. 1.8일에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또한 언론에 보도된 여성살해 피해자 수는 2012년부터 매년 2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많은 수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공식적인 통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국가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과 여성살해의 문제 해결을 도외시하는 동안 매년 수백 명의 여성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 개정, 스토킹처벌법 제정 등 여성의 생존권과 직결된 중요한 법안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수 십 년간 국회에서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사실상 통과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는 여성살해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여성폭력 관련 정책 전반을 되돌아보고 전면 쇄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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