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당대표는 9일 국회 의원회관 635호에서 열린 제3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지금으로부터 30분 후인 오전 9시 30분부터 진료가 시작되기 때문에, 미리 수술복을 입고 나왔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극성이다. 국민 여러분께선 감염 불안과 함께 생계 불안으로 걱정이 많으실 것이다. 그렇지만 저는 이곳 대구 동산병원 현장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 지금 이 국난을 반드시 극복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안 대표는 “이곳에는 의사, 간호사, 소방관, 자원봉사자 등 많은 분들이 쉴 틈도 없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계신다. 전국 각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달려온 수많은 분들이 사투를 벌이고 계시다. 전국에서 매일 같이 따뜻한 구호물품과 기부가 쇄도하고 있다. 대구 시민들께서도 한 마음 한 뜻으로 위기 극복을 염원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외신에서도 극찬할 정도의 높은 시민 의식을 보여주고 계신다”며 “우리 대한민국의 이러한 분들이 있는 한 이 국난은 반드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이번 국난 극복의 과정이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묶는 국민 대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소망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저는 매일 오전 오후 두 번 방호복을 입고 병실로 가서, 환자 한 분 한 분을 만나 검체를 채취하고 문진을 한다. 열은 있는지, 기침이나 가래는 어제보다 좋아졌는지, 숨쉬기는 괜찮으신지, 가슴이 답답하거나 통증은 없는지, 근육통은 어떠신지 등을 묻고 기록해서 환자의 주치의에게 전달한다. 지난주에 한 아주머니 환자 분께 어디가 불편하시냐고 물었다. ‘가슴이 너무도 답답하다’고 하셨다. 저는 코로나-19 증상이라고 생각해서 더 자세하게 물었다. 숨 쉬는 것은 불편하지 않으신지, 통증은 없으신지 등을 여쭈었다. 그랬더니 그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그게 아니라 어제 제 남편이 죽었습니다. 같은 병에 걸리고 나서 서로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어제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때 이후로 계속 가슴이 너무나도 답답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한 동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떤 말이 그 분께 위로가 될 수 있겠는가. 사체를 화장해버리면 다시 남편의 얼굴을 볼 수도 없고 병이 낫지 않아 장례식에도 참석할 수 없는 이 기막힌 상황을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겠는가?”라고 기막혀 했다.
안 대표는 “저는 지난 3월 1일부터 매일 환자 한 분 한 분의 한 서린 하소연을 들으면서, 고통과 죽음이 바로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현장에 함께하면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판데믹(pandemic), 즉 신종 바이러스가 주기적으로 전 세계에 유행하는 현상은 일상이 되었다. 노무현 정부 때 사스가 출현하였고 이명박 정부 때 신종플루가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때는 메르스가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며 “지금 코로나-19가 지나가도, 몇 년 후에는 또 다른 새로운 판데믹이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매번 다를 것이다. 예전의 대처와 똑같은 방법만으로는 새로운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다. 결국 21세기에 주기적으로 우리를 찾아올 판데믹은 국가 간 실력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낼 것이다. 한 국가가 가진 역량과 문제해결능력이 모든 분야에 걸쳐 시험에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더가 가진 전문성과 판단력, 정부의 위기대응 역량, 인적 자원 및 마스크를 포함한 물자 관리능력, 국민과의 소통, 의료 및 과학기술의 수준, 의료전달체계, 제조업의 실력, 경제위기 대처능력, 외교안보역량 등 국가시스템 전반의 경쟁력이 전 세계에 투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이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수영장에 물이 차있을 때는 모르지만 수영장에 물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고 말이다.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각국의 대응과정에서 확인되었듯이, 매번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국가 간 실력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국가의 실력에 따라 그 나라가 치러야 할 사회적 혼란과 비용 그리고 희생자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가의 실력은 정권의 실력에서 나타난다. 실력 없는 정권이 실력 없는 국가를 만든다. 국민을 이념과 진영으로 분열시키고, 나라가 어떻게 되든 오로지 권력 쟁취에만 몰두해있는 국회 정치는 수명을 다했다. 언제 어떻게 닥쳐올지 모르는 새로운 위기와 재앙으로부터,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며 “포퓰리즘과 이미지 정치로 순간순간만 모면하는 얄팍한 국정운영이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 모두는 실력 있는 정권, 실력 있는 정치, 실력 있는 국가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미래를 위해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맞서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국민 여러분. 이곳 대구에서 삶과 죽음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를 잊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정말 지금 이 시점에도 나라가 둘로 나뉘어져 싸워야만 하는 것인지, 권력을 가진 자와 그 권력을 빼앗으려는 자들 모두 국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 단 한번이라도 책임 있게 고민해보았던 세력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안 대표는 “저 자신도 스스로 묻고 더 깊이 생각하겠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나라인지, 국가적 위기 속에서 정치의 진정한 설 자리는 어디인지 생각하겠다. 그리고 정리된 생각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 오늘도 현장에서 땀 흘리시는 수많은 의료진 여러분과 봉사자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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