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 루스벨트호 함장 ‘코로나19 SOS’ 유출로 경질

美 해군, 루스벨트호 함장 ‘코로나19 SOS’ 유출로 경질

기사승인 2020-04-03 10:50:14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대거 발생해 미국 국방부에 ‘긴급지원’ 서한을 보낸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의 함장이 결국 경질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미 해군이 이날 루스벨트호의 브렛 크로지어 함장을 경질했다고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크로지어 함장은 일부 승무원 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에 달하자 지난달 30일 국방부에 “승조원 5천명에 대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하기 힘든 상황으로 지원이 절실하다”는 서한을 보냈다. 괌에 정박 중인 루스벨트호에는 해군 장병뿐 아니라 비행사와 해병대 등 약 5000명이 탑승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의 SOS 서한이 발송 바로 다음날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최초 보도한 직후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잇달아 보도됐다.

NYT는 “국방부 고위 관리들이 해당 서한이 언론에 유출된 것에 격분했다”고 전했고, WSJ은 “국방부 관리들은 크로지어 함장이 자신의 고향 매체에 서한을 유출해 경질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지휘관들은 그의 경질을 반대했고, 경질 소식에 해군 지휘부가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토머스 모들리 미국 해군장관 대행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크로지어 함장의 경질에 대해 “나의 지시였다” 밝혔다. 앞서 그는 전날 브리핑에서 서한을 언론에 유출한 것은 해군 규율 위반이며, 징계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루스벨트호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나, 지난달 초 베트남항에 정박했을 때 30명가량의 승조원이 현지 호텔에 머물렀다”며 “2주전께 최초로 2명의 승조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 확진자가 급증했다. 해군은 루스벨트호가 괌에 정박하기 전 최초 확진자 8명을 병원시설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한 승조원의 가족은 승조원들을 하선시켜 적절한 의료 조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크로지어 함장의 서한이 당국에 압력으로 작용했고, 그 탓에 그가 경질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들리 해군장관 대행은 “크로지어 함장의 서한은 해군이 그가 호소하자 그제야 움직인 것 같은 편견을 조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그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이번 결정에 백악관과 교감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한편 모들리 대행은 전날 루스벨트호에서 1000명 정도의 승조원이 하선했으며 2700명 정도를 수일 내에 하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루즈벨트호에서 현재까지 110여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전해졌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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