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산불에 이천 참사까지…샌드위치 패널 규제 확대되나

고성 산불에 이천 참사까지…샌드위치 패널 규제 확대되나

기사승인 2020-05-06 17:52:24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샌드위치 패널이 지목됐다. 강원 고성 산불 첫 발화 지점인 주택 화목 보일러실도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을 건축자재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6일 오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감식이 진행됐다. 지난달 29일 물류창고에서 난 화재로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당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물류창고 지하 2층 우레탄 작업 중 유증기가 폭발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샌드위치 패널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1일 강원 고성에서는 산불이 발생해 주택과 비닐하우스, 우사 등 6동과 산림 85ha를 태웠다. 산불이 시작된 주택의 화목 보일러실 역시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졌다.

샌드위치 패널은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을 얇은 철판 사이에 넣은 건축용 자재다. 가성비가 좋고 시공이 간단하다. 단열 효과가 뛰어나 창고나 물류센터 외벽으로 주로 사용되는 자재다. 그러나 한번 불이 붙으면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내뿜는다는 단점이 있다. 건물 내 인원들이 대피하지 못하게 해 사상자 수를 늘어나게 하는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 1999년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2008년 40명이 숨진 이천 냉동창고 화재,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등이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에서 발생한 불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사례들이다.

소방당국은 샌드위치 패널이 건축 자재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국정감사에서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실시한 소방방재청 국정감사에서 소방방재청장은 “샌드위치 패널은 건축자재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면서 “국토해양부와 관련 기관에 여러 차례 범 개정을 요구했으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4년 가연성 소재인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이 아닌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만든 샌드위치 패널만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강경한 입장은 이듬해 한 발 후퇴했다. 지난 2015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바닥면적이 600㎡ 규모를 넘지 않는 창고건물에 대해서는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지난 2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관련해 “화재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샌드위치 패널이 건축자재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소방청의 주장은 경제·편리성 논리에 의해 아직도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며 “안전보다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 논리가 우선되는 것이 반복된 참사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질타했다.

다만 무작정 샌드위치 패널을 건축자재에서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지난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스티로폼이나 우레탄은 나쁜 점은 화재 위험이라는 것밖에 없다. 비용도 절감되고 단열성도 좋고 좋은 점이 너무 많다”면서 “창고는 단열성이 급선무다. 그러다 보니까 벽돌이나 콘크리트로 짓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화재 감시자라든지 화재 안전조치라든지 방지책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면서 “근로자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키는 등 화재 방지책을 철저히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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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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