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부모, 더는 없어야 하는데” 아버지의 눈물…전교조 “기능대회는 적폐”

“나같은 부모, 더는 없어야 하는데” 아버지의 눈물…전교조 “기능대회는 적폐”

기사승인 2020-05-08 14:12:47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경북 특성화고 3학년생 고(故) 이준서(18)군이 기숙사에서 지방기능경기대회(기능대회)를 준비하다 숨진 채 발견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교육적 목적과는 거리가 먼 기능대회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특성화고 기능반 학생들의 건강권·학습권 보장을 정부에 요구했다.

전교조는 8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이군 사건과 관련해 “기능대회를 준비하면서 고인은 두 차례에 걸쳐 기능반을 그만두겠다고 의사를 밝혔음에도 계속해서 대회 준비 훈련에 내몰렸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등교 개학이 네 차례나 연기된 상황에서도 기능반 학생들은 합숙 훈련을 해야만 했다. 경쟁과 메달이 안전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교육부는 올해 진행되고 있는 기능대회를 중지하고 전면 폐지를 포함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능대회는 숙련 노동자의 기술적 기능 능력을 평가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취지에서 지난 1966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직업계고 학생들을 메달 따는 기계로 내몰고 학생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도 압도적인 비율로 기능대회를 개선 혹은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직업계고 교사 31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8.1%가 ‘기능경기대회 개선’을, 43.6%가 ‘기능경기대회 폐지’ 의견을 밝혔다. 현재 운영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응답자는 전체 8.3%(26명)에 그쳤다.

기능대회로 인해 학생들이 학습권과 안전권을 침해당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전교조는 “기능대회는 교육과정 내 학습내용을 다루는 대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능대회 참가자 대부분이 직업계고 학생”이라며 “학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12시간 이상 쉼 없는 반복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숨진 고 이군뿐만이 아니라 많은 특성화고 기능반 학생들이 코로나19에도 장시간의 기능대회 훈련을 계속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전교조가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직업계고 교사인 조합원 1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병 위험으로 기능반 훈련을 중단한 시점이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중단 없이 계속 훈련했다’ 23명, 중단과 훈련을 반복했다는 답변이 27명에 달했다. 기능반 하루 평균 훈련 시간은 9시간~12시간이 22.7%, 12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20.2%로 집계됐다. 훈련 종료시간은 20시~22시 사이가 129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뒤를 22시~24시 사이(43명), 19시 전후(18명), 18시 전후(8명)이 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2017년 제주 한 음료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기계 설비에 몸이 끼어 숨진 특성화고 학생 고(故) 이민호(당시 17세)군 아버지 이상영씨가 참석했다. 이씨는 “아들이 숨진 뒤로 2년 동안 서울로, 교육청으로, 국회로 다니면서 제발 민호 같은 사고, 나 같은 부모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얼마 전 고 이군의 소식을 듣고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목이 메는 듯 발언을 중단했다가 다시 이어갔다. 이씨는 “아직도 영상을 통해서 본 아들이 기계에 눌리는 모습이 잔상으로 남아 잊히지 않는다. 이런 사고가 다시는 없게끔 막아달라고 부탁하고 사정하고 떼도 써봤다. 그런데 바뀌는 게 없다”면서 “부모의 아픔을 헤아려주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게끔 해주는 게 나라가 할 일 아닌가. 학생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교육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개탄스러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고 이군은 특성화고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 이군은 오는 6월 열릴 예정이던 기능대회 메카트로닉스 직종에 참여하기 위해 경북 지역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교 개학이 미뤄진 지난 3월부터 합숙훈련을 해왔다. 유가족들은 고 이군이 기능대회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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