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檀園) 김홍도와 혜원(蕙園) 신윤복과 함께 조선 화단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1843~1897(?)). 천민 집안에서 태어난 장승업은 일찍이 고아가 돼 밑바닥 인생을 전전했다. 술과 여자를 좋아했고 구속받는 걸 극도로 싫어한 그는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화가로서 최상의 경지에 올랐다. 그의 삶은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추구했던 장인의 모습이었다.
임권택 감독은 <취화선(醉畵仙, 2002)>을 통하여 19세기 말 천재 화가 장승업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땀과 눈물에 어린 파란만장한 삶과 작품세계의 이면을 파헤쳤다. 그는 이 영화로 2002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장승업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자.
“오원은 진정 프로로 살아간 분입니다. 그림으로 밥을 먹고 살았다는 뜻이죠. 제가 필름으로 끼니를 때우듯 말입니다. 또 못 그린 그림이 없었어요. 산수(山水)면 산수, 화조(花鳥)면 화조, 출중한 기량을 보여줬죠.”
임권택 감독은 오원을 ‘치열함’과 ‘거듭남’ 두 단어로 요약했다. 술과 여자를 좋아했던 오원의 기행이나 천재성보다 늘 새로움을 향해 구각을 벗으려 했던 한 예술가의 정진을 주목한 결과였다.
“사람이 유명해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또 오십 평생을 유명하게 살기는 더 어렵죠. 자기완성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항상 거듭나려는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일부에선 오원이 금강산에서 실종돼 신선이 됐다고 하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 그는 ‘완성된 자’, ‘이룬 자’가 아닙니다. 절대 그렇게 편하게 삶을 마감하지 못했을 겁니다.” 장인은 이와 같은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며, 그들의 일생은 우리들에게 귀감이 된다.
장인(匠人)이란, ‘뛰어난 기술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즉, ‘일생 한 가지 업’(일생일업, 一生一業)을 전공하여 그 일에 정통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말한다. 막신일호(莫神一好)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순자(荀子)가 한 말로, ‘한 가지 일에 몰두해서 크게 성취하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은 없다’는 뜻이다. 이는 장인정신(匠人精神, Meister Spirit)을 단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즉, 장인정신은 일생(一生)을 거는 정신이요, 대(代)를 잇는 정신이며, 영혼을 불살라 정진(精進)하는 정신을 일컫는다. 일본인들은 ‘장어 한 마리 굽는데도, 째기 8년, 꽂이 3년, 굽기 평생’이라며, 요리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정성을 다한다고 한다. 이러한 장인정신을 지닌 프로(professional)에 의해 명품이 탄생하게 된다. 프라다, 루비이통, 샤넬, 크리스찬 디오르, 로렉스 등이 이에 속한다. 따라서 장인이란 ‘프로 중의 프로’로써, 돈보다는 용기와 명예를 추구하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이다.
비스마르크는 “내가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오직 세 가지 말이다. 일하라, 좀 더 일하라, 끝까지 일하라.”고 말하였다. 우리에게 일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느냐, 누구를 위하여 무슨 일을 하느냐, 정말 열심히 했느냐’하는 것이다.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