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국내 ‘빅5’병원 중 한 곳인 삼성서울병원도 코로나19의 위협 앞에서는 맥없이 무너졌다.
19일 삼성서울병원 간호사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200여명의 의료진이 이들과 노출된 사실이 전해지자, 의료계에서는 긴장감이 돌았다. 매일 상당한 내원객이 방문하는 수도권의 초대형 병원에서의 의료진 확진. 감염확산 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수 있다. 감염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는 점도 위험을 가중시킨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내 원내감염 파장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맴돈다.
확진 사실이 알려진 19일 오후 병원의 모습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병원에 들어서는 길목은 차로 붐볐고, 택시도 일렬로 정차해 있었다. 출입구 오른쪽에 있는 주차장 옥상에서는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간소한 텐트이 여러 개가 세워져 있고, 의료진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태원이나 홍대 방문한 적 있으신가요? 체온 재겠습니다. 감기 기운 있습니까?”
병원 안로 들어가자 한 번에 여러 질문이 날아왔다. 대답을 하고 손 세정제로 소독 후 본관으로 들어가자 로비에는 상당수의 환자들이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확진의 충격파는 이곳까지 전해지지 않은 모양새였다. 병원이 주는 피곤함에 환자들은 어서 본인의 진료 차례가 되길 기다렸다. 대기 전광판에는 진료 의사의 이름과 대기 환자명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병원의 본관과 별관, 암센터는 모두 이어져 있다. 본관을 지나 별관도 인파로 북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별관 원무과에서는 약 처방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저번보다 약이 2개 줄었잖아요!” “간호사에게 말씀하세요. 카드랑 영수증 드릴게요.” 환자의 짜증에 원무과 직원의 건조하게 대꾸했다. 의사, 간호사는 달리듯 걸었다. 이날도 다른 날처럼 바빴다. 이동병상에 환자를 싣고 움직이는 의료진은 다급해 보였다. 여전히 병원으로는 환자를 실은 차들이 줄을 이었다. 그 중에는 병원내 확진을 취재하려는 듯 방송국 차량도 섞여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자 나왔다고 듣긴 했는데 겨우 힘들게 예약했는데 어떻게 (예약 취소를) 해… 건강하겠지.” 외래진료를 마친 환자의 말. 본관 3층 출입은 불허되고 있었다. 병원 측은 감염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론적으로 환자와 보호자만 원내 출입이 가능했다. 기자도 쫓기듯 밖으로 나왔다.
“확진자가 발생했다고는 들었는데, 큰 변화는 없을걸요.”
병원 앞 문전 약국 주인의 시큰둥한 말. 그가 말했다. “외래진료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 수술실 간호사라면서요?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에 방역을 더 철저히 하겠죠.” 그의 말을 빌자면, 환자 대다수가 예약 환자이기 때문에 환자 수 감소 등의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원이 크잖아요. 삼성서울병원이 폐쇄되기야 하겠어요?” 인근 의료기기업체 주인장도 귀띔했다. “타격이 있고, 없고를 언급하기는 이르지만 별 타격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정말로 이들의 말처럼 서울시는 병원 폐쇄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nswreal@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