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지난 휴일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택시를 타고 상가를 지나는데 기사가 대뜸 말을 붙였다. “이 동네는 장사가 될까요? 안 될 거야. 가구세대가 적거든…” 그의 말마따나 ‘임대’ 라고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보였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데 차가 신호에 걸렸다.
그러자 그는 ‘이 때다’ 싶은 듯 푸념하기 시작했다. ‘밑바닥 경제’가 무너져서 본인 같은 자영업자들은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가뜩이나 힘든데 코로나 때문에 먹고 살기가 더 힘들어 졌다. 경제를 살리려면 친(親)경제, 친기업을 해야 한다”라며 “1년 지나면 정책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차에서 내리려 할 때쯤 그는 ‘과거에 정치를 했기 때문에 경제에 관한 전반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소신을 보였다. 성함을 물으니 밝히지는 않고 ‘노태우 정권 때’라고만 답했다. 앞 유리에 붙어 있는 자격증을 슬쩍 봤는데 본인은 아니었던 것 같다.
택시기사와의 동행에서 경기 불황을 새삼 느낀다. 기자도 이런 데 하물며 자영업자들은 어떨까 싶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로 내수위축이 지속되고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실물경제 어려움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는 특히 민생경제에 직격탄이 됐다. 소비심리가 줄면서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 삶도 메마르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수는 약 560만 명(4월 기준)이다. 이중 잘 사는 자영업자는 5%가 안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는 생계형인 셈이다. 그러나 생계유지마저도 곤란해진 실정이다. 이들을 돕기 위해 정부가 나서고 있다. 정부는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을 통해 살림에 보탬이 되고 있다. 각 시·도는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내수 진작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2월 대통령 면전에 ‘경기가 거지같다’던 반찬가게 사장님을 기억한다. 삶의 터전 가장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온 간절한 외침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태원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재 확산되고 있다. 감염자는 다시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그 일대를 중심으로 경제도 다시 얼어붙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서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3년을 맞았다. 코로나 발(發)경제 위기는 이 정권이 마주한 가장 높은 벽일 것이다. 사태가 언제 해소될지 누구도 장담 못한다. 그러나 명심할 건 민생이 살아야 국난도 이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새 국회에 기대를 걸어본다.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