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시민사회단체가 교육부의 직업계고 취업 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직업계고 학생이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음에도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사회관계장관회의 겸 제3차 사람투자 인재양성협의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직업계고 지원 및 취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습 기회를 얻지 못한 직업계고 학생들을 위한 기능사 시험을 오는 7월 추가 개설하는 방안과 고졸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방직 9급 행정 직군 선발제도 신설 등이 골자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안전 강화와 기능경기대회 지원 및 개선안도 마련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관계부처와 협업해 마련한 소중한 정책들이 직업계고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도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직업계 교육의 본질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특성화고권리연합 등 53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경주 S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같은날 성명서에서 “현장실습에 대한 새로운 대책은 ‘안전 조끼 착용’이 전부”라며 “기능반 훈련으로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도 ‘기능경기대회 지원과 개선안을 고용부와 함께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고 규탄했다. 이어 “교육부의 대책은 학교가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경쟁에 의해 선발하여 공급하는 공간이라고 선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직업계고에서 기능대회 준비를 위해 운영되는 기능반에 대한 폐지도 촉구됐다. 단체는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기능대회는 메달 경쟁을 위한 가혹한 훈련을 해야 하는 교육 아닌 괴물”이라며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고 있던 시점인 지난 14일에도 최소 14개 학교에서 기능반 학생이 등교해 기능대회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학교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아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경쟁에 매달리는 이유는 기능대회 수상이 학교의 위상을 높이기 때문”이라며 “학생의 죽음에 대한 교육부의 대책이 고작 이런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8일 경북 S공고 3학년 이준서군이 교내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휴교령이 내려진 상황이었지만 이군 등 기능반 학생들은 기능대회 훈련을 위해 합숙을 진행했다. 이군은 평소 기능대회 준비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호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능대회는 직업계고 학생들을 메달 경쟁으로 내몰아 학습권·건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부 기능반 학생들은 대회를 앞두고 2~3달가량은 수업을 듣지 못한 채 훈련에만 매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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