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쿠키뉴스 박진영 기자] 민간투자방식(제안)에 의한 기부채납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이 감사원과 행정안전부에서 나옴에 따라 '오산버드파크' 사업의 중단 내지는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 나아가 이 사업의 모태였던 '경주버드파크' 역시 위법하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투자와 기부 조합 형태의 사업방식을 처음으로 승인해 준 경주시로 이목이 옮겨가는 모양새다.
오산버드파크는 시민을 위한 시청사 개방 및 테마파크 조성이라는 모토로 창의행정과 광장문화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심찬 비전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오산시와 오산시의회는 위법 취지의 이번 유권해석으로 야심만 있었지 법적 검토가 미흡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처음부터 '민간투자' 방식에 의한 '기부채납'은 양립할 수 없는 단어의 조합이다. 환경의 개발과 보존처럼 서로 상반된 의미가 내포된 것이 바로 '투자'와 '기부'라 할 수 있다.
투자는 미래의 이익(대가)을 위해 하지만 기부는 미래의 어떠한 이익이나 대가의 바람이 없이 누군가(어딘가)에 뭔가를 준다는 의미다. 주면서 뭔가를 바란다, 즉 조건이 붙으면 일단 기부가 아니라 투자란 단어가 어울린다.
요즘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 사회가 아름답다. 이 기부자들이 뭔가를 바라고 자신의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했다면 이처럼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하면서 그 대가로 20년간 교통비 할인, 세금 또는 공과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요구했다면 이런 기부는 누구도 받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기부에 조건이 붙으면 무조건적으로 받아서는 안된다. 바로 채납(採納)이 그런 뜻이다. 채납은 다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가려서 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기부채납은 국가 또는 지자체가 무상으로(조건 없는) 사유재산을 받아 들인다는 의미다.
오산버드파크는 조건이 붙었다. 입장권 징수와 같은 관리 운영권과 매점·자판기 등 상업적 부대시설 운영권을 최대 20년간 기부자가 갖게 해달라는 단서가 붙었다.
경주버드파크 역시 이런 형태로 기부채납이 이뤄졌다. 경주시는 지난 2013년 8월 경주버드파크 건축물을 기부채납했고 사업시행자인 ㈜경주버드파크에 20년간 이 경주버드파크에 대한 운영권을 보장해 줬다.
이런 형태의 기부채납이 가능했던 것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이라고 경주시는 설명했다. 오산시 역시 경주시와 마찬가지로 이 공유재산법에 따라 ㈜오산버드파크에 오산버드파크 운영권을 주겠다며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산버드파크와 ㈜경주버드파크의 대표는 동일인이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사업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이 지난 4월 23일과 5월 1일 감사원과 행안부로부터 각각 나왔다. 이 때문에 오산시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오산시 시민단체들은 "교육도시 오산에서 위법행정은 있을 수 없다"면서 "오산시와 오산시의회에 버드파크 사업 전면 재검토 요구 및 필요하면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경주시도 마찬가지다. 이번 유권해석에 따르면 경주시는 현재 위법 행정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언론매체 역시 술렁이고 있다.
민간투자 방식의 기부채납은 두 개 개별 법률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과 '공유재산법'이 그것이다.
그러나 버드파크는 건축물 용도상 문화 및 집회시설(동·식물원)로 사회기반시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민간투자법으로 사업이 불가하다. 또한 조건이 붙지 않는 기부채납만을 정의할 뿐 민간투자에 대한 어떠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는 공유재산법으로도 이 사업은 불가하다 할 수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산시와 경주시는 지금이라도 버드파크 사업의 법적 시행근거인 공유재산법을 재검토해 기부의 의미를 왜곡시키지 마라"며 목청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