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학교 내 방역 업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보건교사들이 과중한 업무로 실제 방역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20일 고3 등교 개학에 이어 27일부터 고2·중3, 초1~2, 유치원생 등 237만 명이 등교 개학을 앞두고 있다. 24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브리핑에서 “정부의 등교수업 결정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어떤 충격이 올지 예상하기 어렵고, 지역사회 감염 전파양상도 앞을 내다보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학생들의 등교수업을 무한정 미루지 않고 새로운 학교 안 방역과, 수업 방식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위기에 적극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은 그간 학교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나 유증상자가 나왔을 때를 가정한 모의훈련을 진행해왔다. 훈련 시나리오를 보면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 내 모든 구성원이 대응에 나서게 된다. 담임(지정)교사와 보건교사, 부장교사, 행정실장, 교장·교감이 각각의 역할을 하는데 보건교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학교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별도의 교육을 하지만, 문의 사항이 발생하면 주로 보건교사가 답하게 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답변만 해도 일상적인 보건 업무를 할 시간이 없다고 현장의 보건교사들은 하소연한다. 보건교사회(한국학교보건교육연구회)는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와 같이 학교 학생··학부모를 위한 전담 콜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콜센터가 도입되면 보건교사뿐만 아니라 일반 교사들의 업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인력 부족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으로 전국 1만1943개 학교 중 보건교사가 1명도 없는 곳이 1741곳이다. 교육당국은 간호사·간호조무사·퇴직 보건교사 등을 한시적으로 파견해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장 보건교사들은 회의적이다. 보건교사회는 “교육당국이 한시적으로 파견하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은 한계가 있다”면서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안전하게 하기 위함인데, 자격이나 법적으로 맞지 않다.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된 인력이 충원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자체별로 다르지만, 학생 수가 1000명 이상인 학교에서는 별도의 보건인력을 지원해주기도 하지만, 소규모의 학교에서도 수업과 보건·방역 업무를 하기에는 준비할 것이 많아 허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건당국과 교육당국 간의 톱니바퀴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당국이 제작한 매뉴얼에 따르면, 학생이 자가진단에서 호흡기 증상·발열·메스꺼움·소화기 증상만 있어도 ‘등교중지’ 명령을 내리고 선별진료소로 가도록 하게 돼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의 경우 긴장만으로도 메스꺼움 증상을 느낄 수 있다. 이럴 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해주기도 하고, 병원으로 가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지자체별로 대응이 달라 혼란이 생기는데, 이 경우 모든 민원은 보건 교사에게 향한다는 게 보건교사회의 지적이다.
또 학생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난 후, 검사 결과가 교육청으로 바로 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청에서는 학교의 보건교사에게 결과를 요구하고, 보건교사는 선별진료소에 문의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건당국과 학교, 교육청 모두가 공유될 수 있는 시스템이 보완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차미향 보건교사회 회장은 “지금도 중요한데 가을-겨울 2차 재유행을 염려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부분을 꼼꼼히 확인해 완벽히 방역 체계를 갖춰야 한다. 코로나19와 비슷한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하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지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학교 방역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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