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대나무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대나무

기사승인 2020-05-29 16:46:33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는고
저렇게 사시에 푸르르니 그를 좋아 하노라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1671)의 ‘오우가(五友歌)’ 중에서 대나무를 노래한 구절이다. 

윤선도의 시구에서처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대나무는 부름켜가 없는 외떡잎 식물로 몇십 년을 살아도 나이테가 생기지 않고, 자라난 초기에 한번 크게 자라고는 더 이상 자라지 않기에 ‘풀’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대나무는 줄기가 나무처럼 매우 굵고 딱딱하며 수십 미터를 넘겨 자라는 종도 있기에 당연히 나무로 여겨지기도 한다. 길게는 몇십 년을 한자리에서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매우 뛰어난 식물이다. 대나무는 우리가 흔히 보는 소나무 등의 일반 나무에 비해 4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을 지닌다.

국립산림과학원 발표에 의하면 대나무는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 뿐만 아니라 연간 바이오매스 생산량도 일반 수종보다 3∼4배 많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바이오에너지로도 활용이 기대된다. 대나무는 온실가스 흡수 외에 피톤치드를 다량 방출해 항염, 항균, 스트레스 조절 등 인체에 다양한 건강효과를 제공한다.

곧게 자라는 특징 때문에 대나무는 지조 있는 선비를 상징한다. 사시사철 푸른 빛은 고결한 인품을 나타낸다. 비어 있어 속은 청빈(淸貧)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 송나라 소동파는 ‘어잠승록균헌시(於潛僧綠筠軒詩)’에서 사람이 대나무를 벗하여 본받고 살지 않으면 사람이 저속해진다고도 했다(無竹令人俗). 소동파는 이 시를 통해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꼽히는 대나무를 빌어, 선비는 마땅히 물욕을 경계하고 지조와 절개를 지켜야 함을 나타내고 있다.

경남 합천군에는 신라충신 죽죽(竹竹)장군의 위패를 모신 충장사(忠壯祠)라는 사당이 있다. 죽죽(竹竹)은 대야성 전투(642년)에서 불리한 정세에 처해, 주변에서 항복을 권유했는데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기고 끝까지 결사 항전을 주도한다.

“나의 아버지가 나를 죽죽이라고 이름지은 것은, 차가운 날씨에도 시들지 말며 꺾일지언정 굽히지 말라는 뜻이다. 어찌 죽음이 두려워 살아 항복하겠는가?”

《三國史記·竹竹》 吾父名我以竹竹者 使我歲寒不凋 可折而不可屈 豈可畏死而生降乎。

이렇게 우리에게 사랑받는 대나무는 귀중한 한약재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대나무의 속껍질을 긁어모은 죽여(竹茹)는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전라도에서 생산되는 토산물이다. 죽여(竹茹)는 열을 내려 위의 기능을 돕고, 가슴에 생긴 답답한 열감을 제거하고 구토를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다. 특히 임부의 이런 증상치료에 도움이 많이 된다. 

《東醫寶鑑·雜病篇》 具有清熱和胃之功效。主治妊娠肝火犯胃,心中煩憤熱悶.

또한 대나무는 우리 생활에서 귀중한 자원이기도 하다. 

“대나무는 뿌리에서 잎까지 모든 부위를 100% 활용한다. 대나무는 땅속줄기(地下莖), 대뿌리(竹根), 대순(竹筍), 대순껍질(竹皮), 대줄기(竹稈), 대가지(竹枝), 대잎(竹葉)할 것 없이 하나도 버릴 것이 없으며 소중치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죽재는 목재에 비해 탄력성이 풍부하고 단단하며, 쉽게 부러지지 않으면서 속이 비어 있어 세로 방향으로 얇게 쪼갤 수 있고 가공도 쉽다. 이러한 대나무의 특성을 살려 건축재, 농용재, 어업용구, 해태 양식용, 문방구제품, 가구, 조리구, 악기, 다도용구, 완구 등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그 우수한 성질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든지 개발의 여지가 있다. 여기에다 약간의 가공을 하게 되면 의식주 뿐만 아니라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그 용도는 무한히 넓어질 것이다. 한편, 대숲(竹林)은 서 있는 그 자체로서 평화경을 유도하며, 풍치를 더욱 아름답게 꾸며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죽림 고유의 피톤치드와 살랑이는 대 잎에서 발생하는 풍성한 음이온은 산림욕과 다른 색다른 정취를 자아내게 한다. 이렇듯 대나무는 뿌리에서 잎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위를 총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독특하고 유용한 식물이다.” (박상범 박사의 ‘다양한 쓰임새를 지닌 대나무’ 中에서).

여름을 재촉하는,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는 늦봄인 요즘, 가까운 이들과 시원한 대나무 숲을 거니는 숲길체험을 통해 건강을 지켜보면 좋지 않을까?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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