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확대 사용” 여지 남긴 정부…시민사회 “기본권 침해 용인 우려”

“QR코드 확대 사용” 여지 남긴 정부…시민사회 “기본권 침해 용인 우려”

기사승인 2020-06-02 06:15:00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QR코드요? 그게 뭐죠?”

정부가 1일 서울과 인천, 대전 3개 지역의 19개 시설에서 개인의 신상 정보가 담긴 QR(Quick Response)코드를 찍어야 입장이 가능한 ‘전자출입명부’ 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방역 당국은 시범 기간을 거친 뒤 오는 10일부터 전자출입명부를 클럽, 노래방 등 전국 고위험시설에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단체는 QR코드를 통한 개인정보 수집과 프라이버시 침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시범 도입 첫날, 전국 고위험시설 전자출입명부 의무화를 일주일여 앞둔 현장 분위기는 어떨까.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소재 노래방, 영화관 등을 방문한 결과, 업주들은 지자체로부터 아직 QR코드에 변경에 대한 안내 사항을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동시에 QR코드 방식으로 바뀌게 되면 손님 숫자가 더 감소할 것을 염려했다.

신촌 소재 한 노래방 업주는 전자출입명부 관련 내용을 지자체로부터 전달받았냐는 질문에 ‘QR코드가 뭐냐’고 반문했다. 기자가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자 이 업주는 “지금도 손님들이 노래방 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데 QR코드 방식으로 바뀌면 손님들이 더 오기를 꺼릴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전자출입명부 도입을 하기로 한 이유는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례 등에서 방문자들이 출입 명부를 허위로 기재하는 사례가 나와 방역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헌팅포차 ▲감성주점 ▲유흥주점 ▲단란주점 ▲콜라텍 ▲노래연습장 ▲실내집단운동(격렬한 GX 등) ▲실내 스탠딩공연장 등 8곳을 포함한 고위험 시설과 성당, 교회, 도서관,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이 전자출입명부 도입 대상이다.

이들 시설 방문자는 네이버와 같은 QR코드 발급회사에서 스마트폰으로 1회용 QR코드를 발급받아 정부가 개발한 시설관리자용 애플리케이션에 방문 기록을 저장해야 한다. 이 기록에는 방문자의 이름과 연락처, 시설명과 출입시간 등이 암호화돼 저장된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친 사생활 감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서대문구에서 만난 한 대학생 김모(24·여)씨는 “QR코드를 받아야 시설에 출입 가능한 시스템 도입은 결국 국민을 실시간 추적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에게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라면서 “개인정보 수집 목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3)씨 역시 “QR코드에는 개인의 신상 정보가 담겨있다”면서 정부가 사전투표용지부터 시작해 QR코드를 잇따라 활용하는 모습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향후 QR코드를 더 활용할 수 있다면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QR코드 사용을 고위험시설뿐만 아니라 일반 시설에까지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향후 이 QR코드 사용범위가 상당히 넓을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시민사회에서는 QR코드 시스템 도입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권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 지난달 26일 성명을 내고 “시설에 출입 기록을 남겨야 하는 사람들은 감염병 환자도, 의심자도 아니”라며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집단 감염 대응을 목적으로 정부가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의무적으로 수집한다면 그것이 바로 감시국가로 진입하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도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개인 정보를 분산해서 저장하며 4주 뒤에는 폐기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참여연대 정보인권사업단 이지은 간사는 “정부도 근거법을 검토했을 것이라고 보지만 (전자출입명부 방식은) 개인이 어느 장소를 방문하겠다는 자유행동에 제한을 준다”면서 “개인이 어딜 갔는지, 어느 노래방이나 클럽을 드나들었는지 전자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은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은 이해하지만 인권이라는 가치와 충돌했을 때 (도입 전) 시민사회와 충분한 토론의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 간사는 또 “행정 편의주의 또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기본권 침해를) 용인하는 선례가 생기면 코로나19 이후에도 IT기반 통제 시스템을 정부가 어떤 식으로 남용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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