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의 발인이 엄수된 10일 정기 수요집회가 어김없이 열렸다.
수요집회 참가자들은 일각에서 집회 폐지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일본의 사죄를 받기 전까지 결코 중단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날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제 1443차 수요집회가 진행됐다. 손씨 사망 사건 이후 첫 수요집회다. 집회는 지난 1990년 이후 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창립회원단체인 한국여신학자협회가 주관했다.
참가자들은 수요집회는 절대 중단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2년 1월8일 제1차 수요집회에 참석했던 김혜원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자문위원(정의연 고문)은 “50여명의 교회 여성들이 주축이 돼 시작한 외로운 싸움이 오늘날 이렇게 여러분의 호응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면서 “공든 탑을 무너트리려고 하는 불순한 반대 세력이 우리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운동가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고 일본이 할머니들에게 사과하고 전쟁범죄를 사죄하는 그날까지 씩씩하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443차 수요집회 성명서에도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이후 수요집회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지만 우리는 절대 중단할 수 없다”며 “피해자 할머니들이 해결을 보지 못하고 떠나가신다 해도 수요집회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손씨의 죽음을 ’사회적 살인행위’로 규정하고 검찰과 언론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검은색 상하의 차림의 이 이사장은 “검찰의 과잉수사와 무차별 반인권적 취재 속에 고인을 지켜주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차분히 발언을 이어가다 고인의 마지막 문자를 언급할 때는 감정이 격해졌다.
이 이사장은 “’이사장님 수고 많으셔서 어쩌나요. 할머니들은 식사 잘하고 잘 계십니다’가 고인이 저와 마지막으로 나눈 문자였다”면서 “피해자 뒤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하셨던 소장님 역할을 너무 당연히 여긴 저희를 용서해달라. 광란의 칼끝에 가장 천사 같은 분이 희생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인의 죽음 뒤에도 각종 예단과 억측, 유가족과 활동가를 향한 불법 촬영과 언론 취재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사회적 살인행위에 대한 반성은 사자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일삼아 참담하고 비통할 따름”이라고 했다.
끝으로 이 이사장은 “매일 매일 검찰과 언론의 공격을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막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감사드린다. 더 이상 한 사람도 잃지 않고 운동의 가치와 정신을 수호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1443차 정기 수요집회는 양측에서 극우단체 집회가 동시에 진행되며 소란스러운 가운데 열렸다. 소녀상을 중심으로 왼편에서는 자유연대가 집회를 열었다. 엄마부대 등 참가자 10여명은 ‘위안부 앵벌이 스탑’ ‘위안부 할머니 대못 박은 정의연’ 등의 플랜카드를 들고 수요시위 진행 내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퇴하라”고 소리쳤다.
소녀상 오른편에는 자유대한호국당, 자유의 바람, 턴라이트 등 단체가 확성기를 동원해 윤 의원 부부가 탈북자에게 월북 회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이사장 발언이 시작되자 기계음을 높여 소음을 내기도 했다.
손씨 발인은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여성인권평화시민장’으로 엄수됐다. 손씨 유품 중 검찰 수사관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쪽지가 발견되면서 손씨 죽음이 검찰 강압 수사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지난 2004년부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을 맡아온 손씨는 지난 6일 오후 10시35분 경기도 파주시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달 21일 검찰이 정의연의 회계 자료 일부가 보관돼 있다는 이유로 쉼터를 압수수색한 뒤 주위에 심적 고통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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